3인 가족도 안 된다고?…작년 '서울 아파트 청약' 유독 시끄러운 이유
2026-02-0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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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아파트 청약가점 65.81 '로또 청약'
2020년 이후 최고…3인 가족 만점보다 높아
이젠 '로또 청약'이 됐다는 말이 시장의 정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서울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고득점 청약 통장이 대거 몰리면서 당첨 문턱이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청약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 가점은 65.81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0년 이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아파트 분양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와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청약 당첨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청약 가점의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9년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청약 과열 양상이 나타나며 2020년 평균 가점은 59.97점으로 상승했다. 이후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에는 62.99점까지 올랐으나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했던 2022년에는 47.69점으로 큰 폭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56.17점, 2024년 59.68점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더니 지난해에는 결국 65점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러한 가점 상승은 무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지금이 아니면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 심리와 우수한 입지에 대한 집중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평균 가점이 일반적인 3인 가족의 점수로는 도달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청약 가점 산정 기준상 3인 가족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점수는 64점이다. 이는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으로 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으로 17점, 그리고 본인을 제외한 부양가족 2명에 따른 15점을 모두 더한 수치다. 즉 15년 동안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며 통장을 관리해 온 3인 가족이라 하더라도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가점인 65.81점에는 미치지 못해 당첨권에서 멀어지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서울 내 아파트 당첨을 위해서는 최소 4인 또는 5인의 부양가족이 있어야 가능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높은 점수를 보유한 가입자들은 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어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강남 3구의 주요 단지로 쏠리고 있다. 이들 지역은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어 당첨 시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송파구 신천동에서 분양한 '잠실 르엘'의 경우 전용면적 74.5㎡ 주택형에 84점 만점 통장 가입자가 청약을 신청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10월 서초구 반포동에서 공급된 '래미안 트리니원' 전용 84.9㎡에는 만점에서 단 2점 모자란 82점짜리 통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두 단지의 평균 청약 가점은 각각 74.81점과 74.88점에 달했으며 주택형에 따라 최저 가점조차 70점에서 77점 사이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고득점 무주택자들이 이른바 ‘확실한 한 채’를 선점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청약에 나서는 경향이 뚜렷해졌음을 보여준다. 무주택 기간과 통장 가입 기간에서 만점을 채운 이들이 강남권 등 입지가 뛰어난 지역의 공급을 기다렸다가 대거 응모하면서 평균 점수를 끌어올린 것이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승 기조 속에서도 입지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단지에는 고점 통장이 집중되는 반면 입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은 외면받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향후 청약 시장은 가점이 낮은 젊은 세대나 소가족보다는 오랜 기간 점수를 쌓아온 다자녀 가구나 대가족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