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 맞는 옷 좀 추천해줘"... 검색의 시대 저물고 '대화'의 시대 온다
2026-02-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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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마케팅 시장, AI 기반 산업 구조 전환 본격화

쇼핑몰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이제는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걸 추천해달라"고 말을 건다. 소비자의 쇼핑 방식이 '검색'에서 '대화'로 이동하면서 미디어와 광고, 이커머스 시장의 판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CJ메조미디어는 최근 발간한 '미디어&마켓 리포트' 보고서에서 이 같은 변화가 본격적인 산업 구조 전환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CJ메조미디어 분석을 바탕으로 이커머스·콘텐츠·마케팅 시장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핵심 흐름을 짚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대화형 AI 검색이다. 단순히 키워드를 입력해 결과 목록을 나열하는 기존 검색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고, 소비자의 복잡한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는 대화형 AI가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쇼핑 방식도 검색형 쇼핑에서 AI가 최적의 선택지를 제안하는 탐색형 쇼핑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대화형 AI 검색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개인 취향에 맞춘 추천과 리뷰 요약 등을 통해 구매 결정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 CJ메조미디어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 편의성 개선을 넘어 매출 증대와 충성 고객 확보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미 주요 유통 기업들은 관련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헤이디를 통해 매장 실시간 정보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AI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리브영은 소비자의 질문을 문맥 단위로 분석해 실제 리뷰와 고객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롯데마트 보틀벙커의 AI 소믈리에 역시 시간·장소·상황을 고려해 주류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마케팅 영역에서는 버추얼 유튜버의 부상이 뚜렷하다. 보고서는 버추얼 유튜버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면서도 사생활 리스크가 적다는 점에서 브랜드 협업 대상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게임이나 서브컬처 중심이던 활용 범위도 최근에는 박물관·종교·문화 콘텐츠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에픽게임즈는 버추얼 유튜버 키즈나 아이와 협업해 포트나이트 경쟁전 키즈나 아이컵을 개최하고 게임 순위에 따라 게이머들에게 키즈나 아이의 의상·장신구 아이템을 배포하는 등 이벤트를 진행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역사 버추얼 유튜버 향아치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전통 소재를 현대적인 콘텐츠로 풀어냈다. 대한불교조계종 역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천도재를 집전해 화제가 된 버추얼 유튜버 불법스님을 공식 크리에이터로 선정해 젊은 층과의 접점을 넓혔다.
유튜브 콘텐츠 시장에서는 팟캐스트 형식의 보이는 오디오 콘텐츠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출퇴근이나 운동 중에도 소비할 수 있는 오디오의 장점에 시각적 몰입감을 더한 형식으로,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딩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 금융 계열사의 공동 브랜드 라이프플러스가 선보이는 전문가 인터뷰 팟캐스트 라이프플러스 피플은 PD·도예가·셰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경험을 공유하며 구독자 77만 명을 확보했다. 민음사는 출판사 직원들이 세계문학전집 도서를 선정해 생활 밀착형 주제를 고전 문학에 투영해 게스트와 함께 풀어내는 독서 모임 형식의 팟캐스트 세문전 독서클럽을 운영 중이다. 토스의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에서 시청 가능한 지식 교양 토크쇼 토킹헤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금융·소비 외 사회 전반의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예능 팟캐스트로 구독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오픈AI는 광고가 삽입되는 저가형 구독 서비스 챗GPT Go를 출시하고 광고 기능을 시범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상당수의 이용자가 유료 구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성형 AI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오픈AI의 수익 모델 다각화 조치로 분석된다.
챗GPT Go는 한국 기준 월 약 1만5000원, 미국 기준 월 8달러로 챗GPT 플러스(월 20달러), 프로(월 200달러)보다 저렴하다. 무료 버전 대비 메시지 전송·이미지 생성·파일 업로드 한도가 10배 확대 제공되며 더 길어진 메모리와 컨텍스트 윈도우로 사용자에 대해 기억하는 정보가 많아져 맞춤형 답변을 제공한다. 대화와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을 경우 챗GPT 답변 하단에 스폰서드 광고가 노출되며 만 18세 미만 계정 및 민감하거나 규제된 주제에는 광고가 노출되지 않는다.
카카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브랜드 소식과 이벤트를 선별해 카카오톡 메시지로 발송하는 카카오톡 브랜드픽 채널을 오픈했다. 친구 추가한 카카오톡 브랜드픽 채널이 발송한 메시지 속 광고 페이지로 이동 후 10초 이상 머무르면 쇼핑 포인트 등 리워드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새로운 브랜드의 소식과 이벤트 메시지를 평균 1일 1회 발송하며 메시지당 10원이 적립된다.
광고 상품 변화도 눈에 띈다. 메타는 인스타그램에서 릴스·게시물 캡션의 해시태그 개수를 기존 30개에서 3개 또는 5개로 제한하는 A/B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틱톡은 톱뷰 고정 CPM 단가를 인하하고 최소 집행금액을 약 1600만 원 수준에서 약 600만 원 수준으로 낮췄다. 넷플릭스는 특정 타이틀의 프리롤 광고 지면을 25% 단위의 부분 SOV로 구매할 수 있는 STS 파셜 SOV 옵션을 출시했고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8개 언어 타겟팅을 지원한다.
무신사와 29CM는 통합 회원수 2500만 명을 보유한 패션 플랫폼으로 스플래시 배너와 브랜드판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직방과 호갱노노는 통합 MAU 800만 이상의 부동산 플랫폼으로 스플래시와 메인 팝업 배너 2개 지면을 유저당 하루 1회 이상 고정 노출하는 원데이 브랜드 패키지를 선보였다.
CJ메조미디어는 “미디어와 마케팅의 중심축이 플랫폼이나 포맷이 아니라 소비자의 경험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AI·버추얼 캐릭터·콘텐츠 포맷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