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90만마리나 방류했는데... 결국 복원에 실패한 '한국인 국민 물고기'

2026-02-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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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물고기 가운데 가장 호칭이 많은 물고기

방류되는 명태 치어. / MBC
방류되는 명태 치어. / MBC

10년간 190만 마리나 방류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한때 '국민 생선'으로 불렸던 명태의 자원 회복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막을 내렸다. 2014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시작한 인공 부화 방류 사업은 12년 만에 성과 없이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MBC 최근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가 2023년과 2024년 실시한 조사에서 인공 방류한 명태의 생존율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강원 바다에서 표본으로 잡은 명태 86마리 가운데 인공 방류했던 명태는 3마리에 불과했다. 이듬해 조사에서는 표본 159마리 가운데 방류 명태는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명태는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으로 북태평양 동해, 오호츠크해, 베링해, 북미 북부 해안에 분포한다. 180~1280m 정도 깊이에 위치한 대륙붕이나 대륙사면 환경을 선호하는 심해어 계열로 분류된다. 한국에서는 과거 워낙 많이 잡혔고 많이 먹는 생선이라 다른 국가의 명태 명칭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명태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생선으로 손꼽힌다. 생태, 북어, 코다리, 동태, 황태, 노가리 등 지역이나 조리 방식에 따라 호칭이 다양하며, 명태의 각종 이름을 모두 종합하면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의 물고기 가운데 가장 호칭이 많은 물고기다.

한국에서 굽든, 찌든, 말리든, 내장까지도 어떤 형태로든 가공돼 식재료로 소비되고 있어 그야말로 서민들에게 매우 친숙한 먹거리가 명태다. 한국인의 실생활에서 명태와 관련된 관용어나 속담도 셀 수 없이 많다. '노가리 깐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명태는 살점부터 껍질, 뼈, 기름까지 버리는 부위가 하나도 없이 다 먹을 수 있다. 북어는 국, 코다리는 찜, 동태는 찌개, 황태는 구이나 찜, 노가리는 술안주로 먹는다. 알은 명란젓으로 만들어 먹거나 알탕 같은 국을 끓이기도 한다. 정소는 해물탕의 부재료로, 아가미는 아가미젓, 창자는 창난젓으로 만들어 먹는다.

수입 명태 / 뉴스1 자료사진
수입 명태 / 뉴스1 자료사진

1985년 겨울 속초 앞바다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겨울 명태가 그물에 끊임없이 올라왔다. 항구 주변에는 지푸라기로 매단 명태가 빼곡했다. 그러나 바다 수온이 50년 사이 2도가량 오르는 동안 찬물에 사는 명태의 어획량이 급감했다.

1980년대 연평균 어획량은 3만2000여톤에서 1990년대 7000여톤으로 줄었고, 2000년대부터는 보기 힘든 존재가 됐다. 명태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던 어민들의 생존권도 위협받게 됐다.

명태 어획량 감소의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남획 문제가 지목된다. 동해안 어민들의 노가리 남획이 불러온 공유지의 비극이다. 1970년 박정희 정부는 수산자원보호령으로 금지했던 노가리잡이를 전면 허용했다. 이후 1975~1997년 전체 명태 어획 마릿수의 91%가 노가리였다.

1992년 명태 어획량이 1만톤 이하로 떨어지자, 정부는 1996년에는 10cm 이하, 2003년엔 15cm 이하, 2006년 27cm 이하의 명태를 잡지 못하게 했고, 2019년부터 포획 전면 금지로 방침을 바꿨다. 당시 어민들은 "노가리와 명태 새끼는 다른 종류의 물고기"라고 주장했는데, 정부 당국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동해안 지역 경제의 핵심이자 서민의 대표 술안주였던 노가리 포획을 막는 규제 도입은 정치적으로 어려웠다.

사태를 심각하게 여긴 정부는 2009년 말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 명태의 자원 회복을 위해 종묘 생산이 가능한 활어 명태 성체를 잡아오는 사람에게 어시장 도매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포상금 20만원을 내걸었다. 2014년에는 마리당 포상금 50만원이 책정됐다.

명태 자원 회복 사업은 2014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살아 있는 명태의 알을 인공 부화시킨 뒤 어린 명태를 방류하는 사업이다. 2015년부터 10년 동안 강원 동해안에 방류한 어린 명태는 190만 마리 안팎이다.

2014년 죽은 어미 명태에서 치어 생산에 성공했으나 60일 만에 모두 폐사해 양식까지는 실패했다. 다음해인 2015년 자연 산란까지 성공해 명태 치어 25만 마리를 생산했고, 이 중 절반은 동해에 방류, 절반은 양식업 기술 연구로 전환했다. 2016년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명태를 온전히 양식할 수 있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MBC가 입수한 강원도 조사 결과는 자원 회복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조사를 위해 1년에 약 10차례 포획했음에도 명태가 잘 안 잡혀 인공 방류 개체가 잘 서식한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만 전체 표본이 적어 조사에 한계가 있긴 했다.

성과가 불투명한 명태 방류 사업은 이제 중단될 처지다. 지난 2년 새 인공부화장의 어린 명태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집단 폐사했기 때문이다.

김범준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연구사는 "기존 추진하던 명태 치어 방류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어업인들이 선호하고 소득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품종인 뚝지, 도루묵, 강도다리 같은 어종을 지속 확대 생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태는 양식이 이뤄지기 힘든 어종이다. 양식 기술 개발엔 성공했으나 상업성이 떨어진다. 생산 비용이 높지만 활어에 대한 시장성이 불확실한 탓에 전망이 불투명하다.

북한은 2006년부터 양식업 연구를 시작해 2017년 명태 치어 인공배양에 첫 성공해 수십만 마리를 방류했다고 주장하지만 낙후된 어업 기술로 인해 어업권조차 중국에 팔아넘기는 북한의 실상을 감안하면 신빙성은 낮다.

명태 방류 사업이 이처럼 사실상 잠정 중단되면서 우리 바다에서 사라진 명태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며 시작한 자원 회복 사업이 10년 만에 사실상 빈손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현재 한국에서 소비되는 명태는 전부 수입산이다. 어망에 명태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동해에 명태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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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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