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추우면 자동차 시동이 잘 안걸릴까

2026-02-1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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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시동 불량의 주범은 배터리, 오일, 연료의 삼중 압박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만 몸이 둔해지는 것이 아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 아침, 주차장에 내려가 시동 버튼을 눌렀는데 '끼리릭' 소리만 나고 엔진이 깨어나지 않는 경험을 하는 운전자가 많다. 멀쩡하던 차가 왜 추운 날씨만 되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단순히 기계가 차가워져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배터리, 연료, 오일, 그리고 각종 전기장치의 성능이 온도에 따라 한꺼번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원인과 예방법을 누구나 알기 쉽게 정리했다.

자동차 사진 (AI로 제작됨)
자동차 사진 (AI로 제작됨)

1. 배터리는 추위에 가장 취약하다

자동차가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아주 강한 전기가 필요하다. 이 힘을 내보내는 것이 배터리의 역할이다. 하지만 배터리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전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급격히 줄어든다. 보통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배터리 출력은 평소보다 20~30% 이상 떨어진다. 심한 경우 절반 가까이 힘이 빠지기도 한다.

배터리 자체의 힘은 약해졌는데, 겨울철에는 전기를 써야 할 곳이 오히려 더 늘어난다. 추운 날씨 탓에 히터를 강하게 틀고, 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주는 열선 시트와 핸들 열선까지 사용한다. 여기에 밤새 작동한 블랙박스까지 배터리 기운을 뺏어간다. 결국 시동을 걸기 위해 모터를 돌려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 배터리가 충분한 전류를 보내주지 못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늦어지게 된다.

2. 기름과 오일이 끈적하게 굳는다

엔진 안에는 부품들이 잘 돌아가게 도와주는 엔진 오일이 들어 있다. 이 오일은 온도가 낮아지면 끈적끈적하게 변한다. 물처럼 잘 흘러야 할 오일이 꿀이나 조청처럼 굳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오일이 끈적해지면 엔진 내부 부품들이 움직일 때 큰 저항을 받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배터리 힘은 이미 약해졌는데, 엔진은 오일 때문에 더 무거워졌으니 시동 모터가 엔진을 돌리기가 훨씬 힘들어지는 구조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0W30이나 0W40처럼 추운 날씨에도 덜 굳는 저온용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동차 기어  / Andriy Baidak-shutterstock.com
자동차 기어 / Andriy Baidak-shutterstock.com

연료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경유(디젤)를 사용하는 차들은 더 조심해야 한다. 경유는 기온이 영하로 크게 떨어지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성분이 엉겨 붙으면서 알갱이처럼 굳는 성질이 있다. 이 알갱이들이 연료가 지나가는 길이나 필터를 막아버리면 엔진에 기름이 공급되지 않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디젤 차에는 연료를 미리 데워주는 예열 플러그가 달려 있는데, 이 장치가 낡거나 고장 나면 겨울철 시동은 더 어려워진다.

3. 블랙박스가 범인일 수 있다

요즘 차들은 시동을 꺼도 전기를 계속 쓴다. 가장 큰 원인은 블랙박스다. 주차 중에도 주변을 감시하기 위해 배터리 힘을 계속 빌려 쓴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배터리 성능이 뚝 떨어진 겨울철에는 이 작은 소모가 치명적이다. 장시간 주차를 해두면서 블랙박스를 계속 켜두면 시동을 걸 때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마저 바닥을 드러내기 쉽다.

미리 예방하는 관리법

자동차 페달 /  JoshBryan-shutterstock.com
자동차 페달 / JoshBryan-shutterstock.com

겨울철 시동 문제를 막으려면 몇 가지 습관만 지키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배터리를 따뜻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이 좋고, 실외에 세워야 한다면 배터리 주변을 헌 옷이나 전용 보온재로 감싸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동을 끄기 전의 습관도 중요하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5분 전쯤 히터나 열선 장치를 미리 끄고, 주차 후 시동을 끄기 전에 전조등이나 라디오 등을 먼저 끄는 습관을 들이자. 이렇게 하면 배터리에 남은 전기를 조금이라도 더 아낄 수 있다. 또한 배터리 위쪽의 단자 부분이 하얗게 부식되지는 않았는지, 전압은 정상인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3~4년이 넘은 배터리는 미리 교체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시동이 안 걸릴 때 대처법

만약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계속 버튼을 누르지 말아야 한다. 배터리 힘만 완전히 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시도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를 부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다. 다른 차의 도움을 받아 점프 시동을 걸었다면, 시동이 걸린 후 바로 끄지 말고 최소 20~30분 이상은 주행하거나 시동을 켜두어야 한다. 그래야 방전된 배터리가 시동을 다시 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충전된다.

추운 겨울, 자동차도 사람만큼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미리 점검하고 관리하는 작은 노력이 추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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