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주차비 모두 '무료'…1400년 백제 역사가 깃든 '한국 최초' 인공 정원
2026-02-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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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백제의 숨결을 담다, 부여 궁남지
우리나라 역사서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인공 정원
무장애 편의시설과 연중무휴 무료 개방
버드나무 가지가 수면 위를 스치고 연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는 이곳에는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백제의 서사가 흐른다. 고요한 수면 위로 달빛이 내려앉으면 신라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충남 부여에 위치한 궁남지는 휴식처를 넘어 백제인의 정교한 조경 기술과 신선 사상이 집약된 역사적 공간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궁남지는 백제 무왕 35년인 634년에 궁궐의 남쪽에 못을 파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백제인들은 20리 밖에서 물을 끌어와 연못을 채웠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어 운치를 더했다. 특히 못 가운데에는 신선들이 산다는 방장 선산을 상징하는 섬을 만들어 배치했는데 이는 한국 최초의 인공 정원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연못 동쪽 언덕에서 발견된 백제 시대의 기단석과 초석, 기와 및 그릇 조각 등은 과거 이곳 인근에 왕실의 이궁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궁남지는 백제가 삼국 중에서도 정원 조경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당시 백제의 노자공은 일본으로 건너가 정원 조경 기술을 전수했으며 이는 일본 정원 문화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백제의 미학적 가치는 궁남지의 풍경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인위적인 느낌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연과의 조화를 극대화한 백제 정원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궁남지는 관광객들에게 끊임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매년 7월이면 1000만 송이의 연꽃이 일제히 만개하며 서동 연꽃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연꽃의 향연이 지나간 뒤인 10월과 11월에는 굿뜨래 국화 전시회가 이어져 형형색색의 국화 작품들이 연못 주위를 수놓는다. 겨울철에는 눈 덮인 버드나무와 얼어붙은 수면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궁남지는 현대적인 편의성과 접근성을 두루 갖춘 열린 공간이다. 2018년 열린 관광지로 선정된 이후 장애인이나 노약자, 영유아 동반 가족 등 누구나 제약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무장애 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촉지음성안내판과 장애인 전용 주차장, 열린 휴게시설 등을 갖추어 모든 방문객의 이동 편의를 보장한다. 또한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이며 연중무휴 상시 운영 돼 언제든 부담 없이 백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1400년 전의 역사 속으로 몰입해 보는 경험은 부여 여행의 백미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