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계주 탈락 직후…한국 코치가 '100달러' 들고 심판에게 달려간 '이유'
2026-02-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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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중계 화면에 잡혀 눈길 끈 '100달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계주에서 한국 대표팀이 준결승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던 장면 뒤에는, 국제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항의 절차가 있었다. 경기 직후 한국 코치가 심판진을 향해 '100달러(한화로 약 14만5천원)' 지폐를 들고 달려가는 모습이 포착되며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10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 2조에는 최민정, 김길리, 임종언, 황대헌이 출전했다. 한국은 결승선을 3위로 통과하며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결승 진출권을 놓쳤다.
레이스 흐름만 놓고 보면 충분히 반전 가능성이 있던 경기였다. 한국은 초반 3위에서 중반 이후 속도를 끌어올리며 미국과 캐나다를 추격했다. 그러나 경기 중반, 1위를 달리던 미국의 커린 스토더드가 균형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바로 뒤에서 추격하던 김길리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김길리는 펜스 쪽으로 크게 넘어졌다.
넘어진 상황에서도 김길리는 손을 뻗어 최민정과 터치하며 레이스를 이어갔지만, 이미 벌어진 간격을 좁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과는 캐나다, 벨기에에 이어 3위. 한국 입장에서는 명백한 접촉 사고였고, 불가항력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경기 직후 코치진은 곧바로 심판석으로 향했다. 이때 김민정 대표팀 코치 손에 쥐어진 것이 바로 100달러 지폐였다. 이 장면은 단순한 항의나 감정 표현이 아니었다. 국제빙상경기연맹, 즉 국제빙상경기연맹 공식 규정에 따른 절차였다.
ISU 규정에 따르면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제한된 시간 안에 서면 항의서와 함께 100스위스프랑 또는 이에 상응하는 외화를 현금으로 제출해야 한다. 카드 결제나 계좌 이체는 허용되지 않는다. 무분별한 항의를 막기 위한 일종의 보증금 성격이며, 항의가 받아들여질 경우에만 돌려받을 수 있다.
한국 코치진은 미국 선수의 넘어짐으로 인한 충돌이었고, 그로 인해 경기력이 훼손됐다는 점을 근거로 ‘어드밴스’ 적용을 요청했다. 어드밴스는 다른 선수의 반칙이나 사고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다음 라운드로 진출시키는 제도다.

그러나 심판진 판단은 달랐다. ISU 규정상 어드밴스를 받기 위해서는 충돌 당시 결승 진출권에 해당하는 1위 또는 2위 위치에 있어야 한다. 심판진은 김길리가 충돌 순간 3위였다고 판단했고,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결국 항의 사유서와 100달러 모두 접수되지 않았다.
김민정 코치는 경기 후 “억울하다기보다는 운이 없었다고 본다. 심판 재량의 영역이고, 오심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심판 역시 상황을 안타깝게 보면서도 규정상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했다는 게 코치진 전언이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선수들의 반응도 복합적이었다. 황대헌은 어드밴스를 기대했다고 밝혔고, 최민정은 경기 후 남은 개인전과 계주에서 만회를 다짐했다. 혼성 계주 탈락이 전체 일정의 끝은 아니기 때문이다.
충돌로 넘어진 김길리의 몸 상태 역시 관심사였다. 오른팔 전면이 얼음에 쓸리며 크게 까졌고, 손이 부어 병원 검진이 필요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다만 코치진은 개인전과 여자 계주 출전을 염두에 두고 회복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넘어졌는데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 3000m 준결승 당시의 한국 대표팀 레전드 경기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