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줄었는데 가계 빚은 늘었다…1월 2.4조 몰린 '이곳'
2026-02-11 14:54
add remove print link
은행 대출 급감, 상호금융으로 쏠리는 '머니 무브'
2금융권 폭증의 뒤 숨은 위험...당국 '긴장 모드'
2026년 새해 시작과 함께 가계대출 시장에서 뚜렷한 ‘머니 무브’가 감지됐다. 은행권이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며 감소세를 이어간 반면, 상호금융을 포함한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급격히 쏠리는 현상이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1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1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금융권 가계대출은 1조 4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 12월 1조 2000억 원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수치다. 전체 파이가 커진 것보다 주목할 점은 업권별로 확연히 갈린 온도 차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수요가 고스란히 2금융권으로 옮겨붙으며 전체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은행권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었다. 1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 원 감소했다. 지난달 2조 원이 줄어든 것에 비하면 감소 폭 자체는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마이너스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감소 폭이 1조 4000억 원에서 1조 7000억 원으로 더 커졌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디딤돌, 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이 1조 1000억 원 늘어나며 전체 감소 폭을 일부 상쇄했다. 신용 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역시 4000억 원 줄어들며 감소세를 지속했다.

문제는 2금융권이다. 은행이 조인 틈을 타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2조 4000억 원 폭증했다. 전월 증가 폭인 8000억 원과 비교하면 3배나 뛴 수치다. 특히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 금융권의 증가세가 매섭다. 상호 금융권은 1월 한 달 동안 2조 3000억 원이 늘어나며 2금융권 전체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저축은행도 3000억 원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했고, 카드사 등 여전사는 감소 폭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쏠림 현상에 대해 금융당국은 연초 효과와 집단대출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에도 2금융권 증가 규모가 확대되며 전체 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1월은 금융회사들이 새해 영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시기다. 여기에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 관련 집단대출이 실행되면서 수치가 튀어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만 놓고 봐도 제2금융권은 전월 2조 8000억 원 증가에서 1월 3조 6000억 원 증가로 그 폭을 키웠다. 은행권 주담대가 6000억 원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당국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월의 증가 전환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2금융권 풍선효과가 고착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다가오는 2월부터가 고비다. 봄 이사 철을 앞두고 신학기 이사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기인 데다, 금융사들의 영업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전 업권에 대해 가계대출 추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특히 새마을금고가 집중 관리 대상에 올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부터 주담대를 중심으로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정부적인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발맞춰 새마을금고 대출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은행을 누르니 상호금융이 튀어 오르는 두더지 잡기 식 양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규제 강화로 인한 부작용도 경계하고 있다. 가계대출 억제 과정에서 청년이나 중·저신용자 등 실수요자의 자금줄까지 막히는 상황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서민층의 자금 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고 세심하게 배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와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 차단, 그리고 서민 금융 지원이라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2026년 금융당국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