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70개 크기?…강원 여행의 필수 코스, '38만 평' 거울 호수
2026-02-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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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호수에 비친 다섯 개의 달, 강릉 경포호의 낭만
강릉 시내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6km 남짓 달리면 거울처럼 투명한 수면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경호(鏡湖)’라는 이름처럼 주변의 모든 풍경을 잔잔히 비춰내는 경포호는 보는 이의 소란스러운 마음마저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묘한 힘이 있다. 바다와 맞닿은 이 자연 호수는 약 38만 평 규모의 너른 품을 자랑하며, 1~2m 내외의 얕은 수심은 호반의 분위기를 한층 평온하게 만든다.

호수 북서쪽 언덕에 자리한 경포대는 예부터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며 수많은 문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경포호는 사계절 내내 다른 빛으로 물들며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넉넉한 풍경을 내어준다. 특히 경포대에서 즐기는 밤 풍경에는 특별한 낭만이 숨어 있다. 옛 선비들이 즐겼던 ‘다섯 개의 달’ 전설이 그것인데, 하늘과 바다, 호수와 술잔,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에 비친 다섯 개의 달을 찾아보는 즐거움은 경포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경포호의 진면목은 호수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주변으로 뻗어 나가는 생태와 문화의 연결고리에 있다. 호수 바로 옆에는 반세기 만에 부활한 ‘가시연’이 자생하는 가시연습지가 드넓게 펼쳐진다. 이곳의 데크 산책로는 호수와는 또 다른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습지를 가로질러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음을 옮기면 강릉의 문학적 향기가 밴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과 마주하게 된다. 전통 한옥의 단아함과 쭉 뻗은 강릉의 ‘솔향’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경포호의 활기 속에 잠시 쉼표를 찍기 좋은 장소다.

이처럼 경포호의 사계절은 색감과 분위기가 뚜렷해 언제 찾아도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한다. 봄에는 벚꽃 축제가 열려 호수와 바다가 한 장면에 겹치는 장관을 연출하고, 6~7월에는 수면 위로 연꽃이 올라와 생명력을 더한다. 호수 주변으로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 자전거를 타거나 사륜차를 대여해 호반을 한 바퀴 도는 코스는 경포를 즐기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꽃길을 따라 호수를 둘러본 뒤 자연스럽게 인근 해변으로 걸음을 옮기면 동선도 매끄럽다.

호수와 동해 사이를 가르는 가느다란 해안 사주 너머로는 경포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198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고운 모래사장과 뒤편의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져 경포 일대 특유의 풍경을 완성한다. 바닷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송림은 소음을 한 겹 걸러내고, 해변은 한결 고요한 분위기를 더한다. 조금 더 한적한 바다를 원한다면 솟대다리를 경계로 맞닿아 있는 강문해변을 추천한다. 맑은 물빛과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 덕분에 산책하며 추억을 남기기에도 알맞다.
바다 산책을 마친 뒤에는 강릉을 상징하는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이어가 보자. 안목해변 커피 거리나 주변의 커피 공장을 찾아 지역의 커피 문화를 체험하고, 돌아가는 길에 중앙시장에 들러 지역 먹거리를 챙기면 강릉 여행의 마무리도 한층 든든해진다. 경포호의 잔잔함과 동해의 시원함, 그리고 강릉의 일상이 어우러진 하루는 여행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