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보다 회복"~전남 학교, 갈등 해결의 '골든타임' 잡는다
2026-02-16 10:28
add remove print link
2026년 민주생활교육 대전환... '사후 처방'에서 '관계 치유'로 무게 중심 이동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의 학교 현장이 달라진다. 학교폭력 발생 시 잘잘못을 따져 처벌하는 데 급급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상처받은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다시 쌓는 쪽으로 교육의 나침반을 돌린다.
전남도교육청(교육감 김대중)은 올해를 ‘평화로운 학교공동체’ 원년으로 선포하고, 갈등 해결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2026년도 핵심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처벌 위주'에서 '회복과 성장'으로의 전환이다. 단순한 사안 처리에 머물지 않고, 갈등의 예방부터 교육적 해결, 그리고 치유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접근을 시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초등 저학년 '숙려제' 도입... "갈등도 교육의 기회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도입되는 '관계회복 숙려제도'다.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조차 곧바로 심의 절차로 넘어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경미한 사안의 경우, 징계 절차에 앞서 화해와 조정을 시도할 수 있는 '숙려 기간'을 두어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학생, 학부모,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만드는 '학교문화 책임규약'이 현장에 적용된다.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약속을 만들고 이를 생활 규정에 반영함으로써, 규율에 의한 통제가 아닌 자율적인 약속 이행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교권 보호 '방패' 더 단단하게... 법률·심리 지원 원스톱 체계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안전장치도 대폭 강화된다. 학교장에게 긴급 조치 권한을 부여해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력을 높이고, 교육활동보호센터에 전담 변호사를 새로 배치해 법률적 지원의 문턱을 낮췄다. 피해를 입은 교원에게는 법률 상담부터 심리 치료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 선생님들이 안심하고 강단에 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지역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는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전라남도교권보호위원회의 기능을 확대,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갈등 관리에 나선다.
#'의(義)로운 전남' 정신 잇는다... 역사 속에서 배우는 민주시민
전남의 역사적 정체성을 교육에 접목하는 시도도 이어진다. 5·18 민주화운동과 여순 10·19 사건 등 지역의 아픈 역사를 평화와 인권 교육의 살아있는 교재로 활용한다. '전남 의(義)교육 주간'을 운영해 학생들이 지역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정의와 책임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돕는다. 독도체험관을 활용한 영토 교육 역시 이러한 민주시민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강화된다.
이 밖에도 사회정서교육(SEL) 프로그램을 확대해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디지털 성범죄 등 신종 위협에 대비한 성인지 교육도 한층 촘촘해진다.
#130명 전문가 머리 맞대... "현장 안착 총력"
전남교육청은 새로운 정책의 현장 안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신안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학교폭력제로센터장과 전문 상담사 등 130여 명의 전문가가 집결했다. 이들은 달라진 학교폭력 처리 매뉴얼을 공유하고, 학교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김광식 민주생활교육과장은 "올해 교육청의 목표는 명확하다. 갈등을 사후에 수습하는 것을 넘어, 예방과 치유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학교가 진정한 배움과 성장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현장과 긴밀히 호흡하며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