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불모지' 전남의 반격~ 통합 의대, 초고령사회의 생명줄 잇다

2026-02-17 15:46

add remove print link

'의료 불모지' 전남의 반격~ 통합 의대, 초고령사회의 생명줄 잇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존재하지 않았던 전라남도(도지사 김영록)가 오랜 시간 '의료 오지'라는 오명을 써왔던 이곳에 마침내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순천대-목포대 통합의대 공동준비위원회 출범식
순천대-목포대 통합의대 공동준비위원회 출범식

전남 통합 국립의과대학에 정원 100명이 배정되면서, 지역 의료 생태계의 판도를 뒤엎을 결정적 카드가 쥐어진 것이다. 단순한 대학 설립을 넘어, 지방 소멸 위기와 초고령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전남에 새로운 혈류가 공급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소멸 위기 속 피어난 '100명의 희망'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은 전남 도민들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닌 생존권의 회복을 의미한다. 그동안 전남은 전국 최고 수준의 고령화율을 기록하면서도, 정작 이들을 돌볼 의사는 턱없이 부족한 기형적인 구조 속에 놓여 있었다. 골든타임이 생명인 응급환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다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이번 '정원 100명 확정'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타파할 강력한 신호탄이다. 외부에서 의사를 수혈해 오는 임시방편이 아닌, 지역 토양에서 인재를 길러내고 정착시키는 '자생적 의료 생태계'의 첫 삽을 뜬 셈이다. 이는 지역 소멸을 막는 방파제이자, 정주 여건의 핵심인 의료 인프라를 혁신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따로 또 같이', 통합 대학의 실험대

눈여겨볼 대목은 이번 의대 설립이 단일 대학 유치가 아닌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손을 잡고 추진하는 '통합 의과대학' 모델은 지역 내 과열 경쟁을 잠재우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는 현재 뜨거운 감자인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두 대학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 과정은 향후 광역 단위 행정 통합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인 통합 의대 안착은 광주와 전남을 아우르는 메가시티 차원의 책임의료 체계를 완성하는 핵심 퍼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8년 개교, 속도전의 서막

이제 남은 과제는 '속도'와 '질'이다. 정부의 당초 로드맵은 2030년 개교를 가리키고 있지만, 전남도는 이를 2년 앞당긴 2028년을 목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의료 공백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하루라도 빨리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전남도는 교수진 확보, 최첨단 교육 시설 및 기자재 확충 등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히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교육 커리큘럼을 통해 양질의 의료진을 배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을 밟을 수 있을지가 성공의 열쇠다.

#의료 자치, 진정한 지방 시대를 열다

박종필 전남도 인재육성교육국장은 이번 결정을 두고 "지역 의료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지는 전환점"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중앙 정부에 의존하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지방 정부가 주도적으로 도민의 건강권을 설계하겠다는 '의료 자치' 선언과 다름없다.

전남 국립의대는 이제 단순한 학교를 넘어선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안심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안전망이자, 청년 인재들이 지역에 머물며 꿈을 펼칠 수 있는 터전이 되어야 한다. 100명의 예비 의사들이 써 내려갈 전남의 새로운 의료 지도가 '지방 시대'의 성공적인 롤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