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장군 장안읍 명례리 산폐장 2년 연장… 갈등을 2년 더 미루는 선택인가
2026-02-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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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장이 해법인가… 갈등을 2년 더 미루는 선택
- 절차는 통과했지만, 신뢰는 통과하지 못했다
- 산업폐기물 정책, 지역 설득 없이 지속 가능할까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 기장군 장안읍 명례리 산업폐기물 매립장 허가신청 기간이 2년 연장됐다. 행정적으로는 단순한 ‘기간 조정’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르다. 주민 동의 없는 결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장은 갈등을 봉합한 것이 아니라 갈등을 2년 더 유예한 것에 가깝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한 번 조성되면 수십 년간 지역 환경과 정주 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명례리 일대는 장안사를 비롯해 치유의 숲, 문화·체육시설이 집적된 공간이다. 자연·관광 자원과 공존해온 지역에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서는 문제를 두고 주민들이 “환경권 침해”라고 표현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감정이 아닌 삶의 터전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부산광역시는 법적 요건과 행정 절차를 충족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하지만 공공정책의 정당성은 절차적 합법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민수용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건에 가깝다. 특히 환경·안전과 직결되는 시설의 경우 더욱 그렇다.
기장군은 입지 부적합성과 추가 매립장 필요성 부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자체 친환경 공공 산폐장 추진 계획을 밝히며 “추가 민간 대규모 매립장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원전 밀집 지역이라는 특수성과 이미 다수 산업단지·폐기물처리업체가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역 환경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신뢰의 균열이다. 주민들은 “결정은 이미 정해져 있고, 의견 수렴은 형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런 인식이 확산될수록 행정에 대한 불신은 깊어진다. 정책은 추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회복하기 어렵다.
산업폐기물 처리 문제는 분명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 해법이 특정 지역의 일방적 부담으로 귀결된다면, 이는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공익이라는 이름이 지역 공동체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2년 연장은 행정적으로는 시간을 벌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주민 설득과 투명한 정보 공개, 객관적 환경영향 검증 없이 또 다른 연장이 반복된다면, 갈등은 누적될 뿐이다.
결국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지역이 납득하지 못하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갈등을 미루는 행정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한편 인근 주민들은 “생존권과 환경권을 짓밟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추진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 사업 강행 시 총궐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사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연장이 지역사회의 불안을 잠재우는 시간이 될지, 또 다른 대립의 예고편이 될지는 행정의 태도에 달려 있다. 답은 서류가 아니라 현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