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자랑하냐” 민원에…금메달 최가온 결국 '이것'까지 철거됐다
2026-02-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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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축하 현수막 철거...왜 논란이 됐나
17세 최가온, 수술 딛고 올림픽 금메달...계급 논쟁은 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 최가온(세화여고)을 축하하기 위해 거주 단지에 내걸렸던 현수막이 조용히 사라졌다. "금수저 자랑하냐"는 식의 악성 민원이 잇따르면서 철거된 것으로 전해지자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가온은 지난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자 설상 종목 올림픽 사상 첫 우승이라는 역사적 기록이다. 그의 나이는 만 17세 3개월로, 해당 종목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기록도 함께 갈아치웠다.
금메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최가온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입구에 입주민 일동 명의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최가온 선수! 대한민국 최초 설상 금메달을 축하합니다. 래미안 원펜타스의 자랑"이라는 문구가 담긴 이 현수막 사진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반포동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초고가 단지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민평형인 전용 84㎡가 47억 원에 거래된 바 있으며, 대형 평수인 전용 200㎡는 90억~110억 원대, 펜트하우스급인 전용 245㎡는 120억~150억 원대를 호가한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역시 동계 스포츠는 돈 없으면 못 시킨다", "진정한 금수저가 금메달까지 땄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드러냈다. 아파트 현수막에도 "위화감을 조성한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민원이 구청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현수막은 짧은 시간 안에 내려갔다.


다만 현수막이 철거된 경위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민원 압박에 의해 내려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횡단보도 인근 설치 기준을 위반한 탓에 행정 처리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근에 비슷한 성격의 현수막이 일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위치 문제가 철거 원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도 잘못됐다는 반응이 우세다. 시민 A씨는 "수술까지 해가며 피나는 노력을 했을 최가온 선수가 안쓰럽다. 사람들은 올림픽 금메달을 돈 있으면 누구나 딸 수 있는지 아는 것 같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가정 형편과 무관하게 선수의 기록과 노력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부상과 수술, 훈련의 고통은 똑같다", "진짜 인생 피곤하게 사는 사람들 많다. 진짜 질투에 눈이 멀었다", "올림픽 금메달 땄는데 자랑 좀 하면 어디가 덧나나", "금수저인데도 저렇게 노력하는게 더 대단하지 않나? 내가 금수저였으면 좀 힘들면 바로 그만 뒀을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가난한 사람이 금메달을 따면 전 국민 대영웅 서사가 되고, 부자인 사람이 금메달을 따면 유전무죄 무전유죄 취급을 받는다"며 "메달의 가치가 선수의 통장 잔고에 따라 달라지는 희한한 세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최가온은 이번 결선에서 1, 2차 시기 낙상을 딛고 3차 시기에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허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한 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수 개인의 노력과 근성을 두고는 칭찬 여론이 압도적이다. 금메달을 둘러싼 계급 논쟁이 오히려 선수의 성취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