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제철... 수많은 나물 중에서 향이 가장 좋다는 '한국 나물'

2026-02-19 11:40

add remove print link

봄나물 중 가장 이른 시기에 나오는 얼리버드 나물

봄이 달력보다 먼저 오는 곳이 있다. 시장 좌판이다. 수북이 쌓인 냉이 다발이 봄소식을 달력보다 먼저 전한다. 냉이는 달래, 쑥 등 대표적인 봄나물들이 얼굴을 내밀기 한참 전인 2월 말에서 3월 초에 가장 먼저 땅을 뚫고 올라온다. 봄나물 중 가장 이른 시기에 나오는 '얼리버드'인 셈이다.

냉이 / 뉴스1
냉이 / 뉴스1

냉이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전 세계 온대 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한국에서는 전국 어디서든 자생한다. 뿌리는 가늘고 길며, 잎은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방사형으로 퍼지는 로제트 형태로 겨울을 난다. 잎 가장자리는 들쑥날쑥하게 갈라진 형태이고, 봄이 되면 가운데에서 줄기가 솟아올라 작고 흰 꽃을 피운다. 꽃이 피기 전, 뿌리가 살아 있는 이른 봄의 냉이가 향과 맛이 가장 진하고 영양도 풍부하다.

냉이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향이다. 향기 나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향이 좋다. 취나물과 함께 향으로는 쌍벽을 이룰 만한 나물이다. 흙냄새와 풀냄새가 뒤섞인 듯한 이 향은 다른 봄나물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한 번 맡으면 봄이 연상될 만큼 계절감이 강하다. 맛은 살짝 쓴 듯하면서도 달큰하고, 씹을수록 구수한 풍미가 올라온다. 뿌리 부분은 향이 특히 강해 된장국에 넣으면 국물 전체에 냉이 향이 깊게 배어든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이만한 재료가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냉이 / 뉴스1
냉이 / 뉴스1

영양 면에서도 냉이는 봄나물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단백질 함량이 채소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하며, 칼슘과 철분, 비타민A·C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비타민C 함량은 시금치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겨우내 부족해진 영양소를 보충하는 데 효과적인 식재료로, 한의학에서는 냉이를 지혈과 소화 촉진, 간 기능 강화에 좋은 약재로도 활용해왔다. 냉이에 포함된 콜린 성분은 간의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칼륨 성분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냉이를 활용한 요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무침이다. 끓는 물에 냉이를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고, 된장과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면 된다. 된장의 구수함과 냉이의 향이 맞닿는 지점에서 봄의 맛이 완성된다. 간장 대신 된장을 쓰는 것이 냉이나물무침의 핵심인데, 된장이 냉이 특유의 쓴맛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풍미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무침에는 뿌리까지 함께 사용하는 것이 향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이다.

냉이 / 뉴스1
냉이 / 뉴스1

냉이된장국은 봄철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국물 요리다. 멸치 육수나 조개 육수를 베이스로 된장을 풀고, 두부와 냉이를 넣어 끓이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냉이는 오래 끓이면 향이 날아가므로 국물이 끓어오른 뒤 마지막에 넣어 살짝만 익히는 것이 좋다. 바지락이나 모시조개를 함께 넣으면 시원한 국물 맛이 더해져 냉이의 향과 조화를 이룬다. 냉이된장국은 특히 봄철 춘곤증으로 무거워진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음식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튀김으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 냉이튀김은 냉이 특유의 향을 가장 강하게 즐길 수 있는 조리법이다. 뿌리와 잎을 함께 튀김가루에 가볍게 묻혀 170도 안팎의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내면 된다. 겉은 바삭하고 속에서는 냉이의 진한 향이 터져 나오는 것이 냉이튀김의 매력이다. 튀기는 시간이 길어지면 향이 약해지므로 빠르게 튀겨 바로 먹는 것이 좋다. 소금만 살짝 찍어 먹어도 충분하지만, 텐쯔유(일본식 튀김 소스)와 함께 내면 한층 고급스러운 맛을 낼 수 있다.

냉이를 고를 때는 잎이 지나치게 크거나 줄기가 길게 자란 것보다 뿌리가 통통하고 잎이 짙은 녹색을 띤 작은 것이 향과 맛이 더 진하다. 시장에서 구입한 냉이는 흙이 많이 묻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뿌리 사이사이를 꼼꼼히 씻어야 한다. 물에 담가 흙을 불린 뒤 흐르는 물에 여러 차례 씻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손질한 냉이는 데쳐서 물기를 꼭 짠 뒤 냉동 보관하면 제철이 지난 후에도 사용할 수 있다.

냉이의 제철은 짧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향이 옅어지고 잎이 질겨져 맛이 크게 떨어진다.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길어야 한 달 남짓한 시간이 냉이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창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