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케치] 봄 마중 가볼까~고요해서 더 좋은 ‘2월의 곡성’
2026-02-2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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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사이, 섬진강 따라 걷는 느린 여행
북적이는 5월 장미축제 전, 지금이 ‘골든타임’… 기차마을·고찰의 여유
증기기관차 기적 소리에 실려오는 봄바람, 마음을 씻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화려한 꽃이 터지기 직전, 세상은 잠시 숨을 고른다. 2월의 끝자락에서 3월로 넘어가는 이 시기, 전남 곡성은 축제의 열기 대신 차분한 계절의 숨결로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겨울의 차가움은 옅어지고 봄의 기운이 살며시 고개를 드는 지금, 천천히 걷고 깊이 머물기 좋은 곡성으로 떠나보자.
◆5월의 장미보다 향기로운 ‘2월의 여유’… 섬진강기차마을
곡성 여행의 시작점은 단연 ‘섬진강기차마을’이다. 5월이면 수만 송이 장미와 인파로 뒤덮일 이곳이 지금은 한적한 산책로로 변신했다.
증기기관차의 하얀 연기가 파란 하늘을 가르고, 레일바이크가 철길 위를 경쾌하게 달리는 풍경은 여전하다. 하지만 북적이는 인파에 치이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속도로 정원을 거닐 수 있다는 점이 이 계절의 특권이다. 화려한 장식 대신 드러난 정원의 민낯은 오히려 정돈되고 차분한 매력을 뽐낸다. 붐비지 않는 동선 덕분에 놀이 시설과 체험 공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강물 따라 흐르는 봄… 섬진강변의 낭만
기차마을에서 차로 10여 분을 달리면 압록유원지와 함께 탁 트인 섬진강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강변은 묘한 신비감을 자아낸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 위로 부서지는 햇살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강변 곳곳에는 성질 급한 매화와 개나리가 팝콘처럼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직 뺨을 스치는 바람 끝은 차갑지만, 강가 벤치에 앉아 물멍(물 보며 멍때리기)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겨우내 묵은 마음의 때가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산사의 고요함에 젖다… 도림사와 태안사
여행의 마침표는 산자락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도림사와 태안사에서 찍는다. 잎이 무성하지 않은 초봄의 숲은 사찰의 윤곽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자박자박 소리와 숲을 통과하는 바람 소리가 선명하게 귀에 꽂힌다. 마당 한켠에 서서 산 능선을 바라보면 하루의 분주함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 있는 초봄 산사의 정취는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곡성군은 다가올 5월 장미축제를 위해 분주히 단장 중이다. 하지만 축제가 시작되기 전, 붐비지 않는 공간에서 자연과 오롯이 마주하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속도를 늦출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곡성의 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