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초풍할 결과…한국 스포츠에 큰 망신 안긴 '대형 참사'

2026-02-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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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일어난 여자 우승자에게 밀린 한국 남자 마라톤

이동진(대구시청)이 2시간 20분 43초의 남자부 국내 1위 기록으로 결승선에 들어오고 있다. / 뉴스1
이동진(대구시청)이 2시간 20분 43초의 남자부 국내 1위 기록으로 결승선에 들어오고 있다. / 뉴스1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마라톤 대회에서 기절초풍할 결과가 나왔다. 남자부 대회 2연패나 여자부 대회 신기록 얘기가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마라톤에서, '한국 남자 1위' 선수가 여자 우승자보다 결승선을 늦게 통과하는 참담한 장면이 벌어졌다.

22일 열린 대구마라톤에서 남자부 우승은 지난 대회에 이어 탄자니아의 게브리엘 제럴드 게이가 차지했다. 기록은 2시간 8분 11초로 세계 수준과 현격한 거리가 있었다.

여자부에서는 케냐의 릴리안 카사이트 렌제룩이 2시간 19분 35초로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여자부 1위 릴리안 카사이트 렌제룩. 기록은 2시간 19분 35초. / 뉴스1
여자부 1위 릴리안 카사이트 렌제룩. 기록은 2시간 19분 35초. / 뉴스1

문제는 국내 선수들의 성적표다. 남자부 국내 1위 이동진(29·대구시청)의 기록은 2시간 20분 43초. 여자 우승 기록보다 1분 8초가량 느렸다.

렌제룩은 이번 대회가 마라톤 풀 코스 첫 도전이었고, 결승선을 앞두고 스텝이 꼬여 넘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 남자 1위는 여자 우승자 뒤에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은 민망함을 넘어 충격적이다.

마라톤은 생물학적으로 남성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종목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심폐 용량이 크고, 근육량이 많으며, 산소 운반 능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남녀 기록 차이는 통상 10분 안팎이다. 실제로 세계 남자 최고 기록(2시간 0분 35초)과 여자 최고 기록(2시간 9분 56초)의 간극은 약 9분에 달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선 한국 남자 선수들은 이런 공식을 비켜 갔다. 한국 톱클래스 남자 선수가 세계 정상급 여자 선수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 그 자체가 한국 남자 마라톤의 민낯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 컨디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남자 마라톤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되묻게 하는 대목이다.

누리꾼들은 "25km 지점이 집 앞이라 나가서 봤는데, 번호판 달고 뛰는 선수들이 동호회 할아버지들이랑 열심히 경쟁하고 있더라", "마스터즈 기록인 줄 알았는데 국내 남자 엘리트 우승자 기록이 2시간 20분대라고?", "이럴 거면 실업팀 없애고 생활체육으로 가는 게 맞다" 등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 남자 마라톤 최고 기록은 2000년 이봉주가 세운 2시간 7분 20초로, 26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그사이 세계 기록은 2시간 1분대까지 단축됐고, 일본은 2시간 4~5분대 선수들을 배출하며 아시아 최강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역시 2시간 6분대 기록을 내는 선수가 등장했다.

반면 한국은 2시간 10분 벽을 안정적으로 넘는 선수조차 드문 상황이다. 이날 이동진의 기록은 이봉주의 한국 기록보다 13분 이상 뒤진다.

레이스가 끝난 후 이동진은 "기록이 나빠 실망스럽고 창피하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동진은 건국대 재학 시절인 22세 때 마라톤을 시작해 2020년 삼성전자 마라톤팀에 입단했고 2023년부터는 대구시청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국내 여자부 우승은 2시간 32분대를 기록한 최정윤에게 돌아갔다.

2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앞에서 열린 '2026 대구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 뉴스1
2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앞에서 열린 '2026 대구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 뉴스1

이번 대회는 4년째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하는 골드라벨 대회로 ▷엘리트 풀코스 ▷마스터즈 풀코스 ▷10.9㎞ ▷건강달리기 등 모두 4개 종목으로 진행됐다.

총 상금 100만달러(1등 상금 20만달러)로 세계 15개국에서 150여 명의 정상급 엘리트 선수와 40개국에서 4만 명 이상의 마스터스 선수가 참가해 국내 최대 규모의 마라톤 축제로 펼쳐졌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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