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신비로운 사찰이 한국에?…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 최대 동굴 법당'

2026-02-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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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봉황산 일붕사, 기네스북이 인정한 동굴 법당

바쁜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 싶은 날이 있다. 짙은 숲 내음과 코끝을 스치는 산바람이 그리워질 때, 경상남도 의령 봉황산 자락은 그 자체로 아늑한 품이 되어준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선 이곳에는 자연과 인간의 정성이 어우러져 빚어낸 특별한 공간이 자리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동굴 법당으로 알려진 사찰, 일붕사다. 거대한 바위산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품은 채 정적 속에 잠긴 풍경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평온을 건넨다.

일붕사 / 의령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일붕사 / 의령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일붕사의 역사는 신라 성덕왕 26년(7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혜초 스님이 인도의 성지를 순례하고 돌아오던 길에 꿈에서 지장보살을 만났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스님은 꿈속에서 보았던 기암절벽과 닮은 곳을 찾아 전국의 명산을 헤매다 의령 봉황산에서 마침내 그 모습을 발견했고, 이곳에 사찰을 세웠다고 한다. 당시에는 성덕왕의 이름을 따 ‘성덕사’라 불렸으며, 이것이 오늘날 일붕사의 전신이 되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사찰은 여러 차례 화재를 겪으며 소실되는 아픔도 있었다. 특히 1984년 누전으로 법당이 소실된 뒤, 당시 세계법왕청 초대 법왕이었던 일붕 서경보 스님은 산의 강한 화기(火氣)를 다스리기 위해 동굴을 파서 법당을 지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뜨거운 불의 기운을 차가운 바위 동굴로 중화시키고자 했던 지혜가 지금의 독특한 동굴 법당을 탄생시킨 셈이다. 이를 계기로 현재의 주지 혜운 스님이 대대적인 불사를 시작해 오늘날의 신비로운 공간이 완성됐다.

일붕사 / 봉황산 일붕사 홈페이지
일붕사 / 봉황산 일붕사 홈페이지

일붕사의 가장 큰 특징은 영국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규모의 동굴 법당’이다. 대웅전은 동굴 법당 특유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며, 제2 동굴 법당인 무량수전 역시 장엄한 위용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어두운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암벽에서 전해지는 서늘한 기운이 감각을 깨운다. 천장의 바위 무늬가 은은한 불빛을 받아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일반적인 사찰 건축과는 다른 동굴 특유의 정적이 수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경내에는 두 개의 동굴 법당 외에도 범종각, 산신각, 나한전, 칠성각 등 다양한 전각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일급수가 흐른다는 용왕단과 야외 관음전은 봉황산의 수려한 자연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사찰 뒤편으로 이어지는 기암괴석과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소리는 세속의 번뇌를 씻어내기에도 충분하다. 바위틈 사이로 자리한 이끼와 이름 모를 산꽃들은 계절마다 다른 표정으로 사찰의 서정을 더한다.

일붕사 풍경 / 의령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일붕사 풍경 / 의령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일붕사는 연중무휴로 운영돼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별도의 입장료와 주차 요금은 없으며, 넓은 주차시설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이 찾기에도 편리하다. 주변에는 의령의 명소인 봉황대와 벽계관광지 등이 인접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거대한 자연의 동굴 속에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짜 쉼을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 일붕사는 더할 나위 없는 휴식처가 될 것이다.

봉황산 일붕사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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