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개미들에게 영웅 같은 존재 됐다”
2026-02-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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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AI 붐과 자본시장 개혁, 한국 증시 '세계 최고'의 비결"

코스피 지수는 지난 20일 5808.53에 마감했다. 올 들어서만 38% 상승한 수치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로는 115% 올랐다. 블룸버그는 이 상승 폭이 다른 주요국 증시를 크게 앞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코스피 5000' 공약도 이미 훌쩍 넘어섰다. 블룸버그는 증시 랠리 덕분 이 대통령이 한국이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영웅 같은 존재가 됐다고 전했다.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이끄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블룸버그에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고 했다. 해당 특위는 최근 '코리아프리미엄·K자본시장 특별위원회'로 이름을 바꿨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이 30대 시절 단기 매매를 하다 매달 손실을 보던 개인투자자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와의 인터뷰에서 "종일 매매를 했다. 지금 돌아보면 완전히 무모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회고했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 주변 인사 6명 이상을 인용해 그가 단순한 투자 실패보다 대주주가 일반 주주에게 불리한 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구조적 문제에 더 깊은 문제의식을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이사회가 전체 주주가 아닌 지배주주의 이익에 묶여 있던 상법 구조가 소수주주 보호를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확대하고, 배당세제를 손봐 주주 환원을 장려했다. 불공정 거래 단속 강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로드맵 제시도 잇따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블룸버그에 "이전 정부들의 약속은 번번이 실망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증시 상승을 정책 효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글로벌 AI 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술주를 끌어올린 효과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JP모건체이스의 한국 주식 전략 책임자 믹소 다스는 블룸버그에 "개혁은 중요하고 기업가치에 도움이 됐지만, 코스피가 5000까지 오른 것을 전적으로 정부 정책 덕분이라고 하면 과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랠리는 국내 1400만 개인투자자, 이른바 '개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블룸버그는 코스피 상승이 소비자 신뢰와 지출의 소폭 개선, 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 랠리는 부동산 일변도였던 한국인의 자산 인식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가계 자산의 약 4분의 3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한국에서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KB증권 피터 S. 김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 금융자산으로 역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한국에서 가장 심대한 흐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KB금융그룹 최근 보고서도 고액 자산가의 국내 부동산과 주식 간 자산 배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낙관만 하기는 이르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과열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가계부채를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이 대선 직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4000만 원어치를 매입하고, 당선되면 5년간 매달 100만 원씩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기준 해당 투자의 수익률은 26.4%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처분할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며 부동산 세금 인상을 경고했고, 신규 주택 공급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과제로는 자사주 소각, 내부자 거래 근절, 이른바 '좀비 기업' 상장폐지 등이 거론됐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이 공개 발언에서 자신을 ‘큰 개미’라고 소개하며 개인투자자 출신임을 즐겨 강조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