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 오르는 게 없는데, 집집마다 꼭 필요한데도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식재료'
2026-02-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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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선제적 대응하는 식품 원재료 시장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의혹 조사를 받고 있는 전분·물엿·과당 등 전분당 업계가 최근 잇따라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생활 물가와 직결되는 원재료 시장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주요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모양새다.
23일 CJ제일제당은 일반 소비자용(B2C) 전분당 제품 가격을 최대 5%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기업 간 거래(B2B) 전분당 가격을 3~5% 낮춘 바 있다. 회사 측은 “최근 국제 원재료 가격 하락분을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조씨피케이 역시 같은 날 주요 전분당 제품 가격을 3~5%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하는 B2C와 B2B를 포함한 모든 유통 경로에 적용된다. 사조CPK 또한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춘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상도 이미 가격 조정에 나섰다. 지난 13일 ‘청정원’ 브랜드의 올리고당, 사과올리고당, 요리올리고당 등 올리고당류 3종과 물엿 등 B2C 제품 가격을 각각 5% 인하했으며, B2B 제품 가격도 3~5% 낮추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하의 배경으로 공정위의 담합 의혹 조사를 지목한다. 공정위는 국내 전분당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대상, 삼양사,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의 담합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따라 생활 필수 원재료 시장 전반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공정위 조사를 받고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분·제당 업체들 역시 지난달 가격 인하에 나선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B2C 설탕·밀가루 전 제품 가격을 내렸고, 삼양사는 B2C 및 B2B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인하했다. 사조동아원은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5.9%, 대한제분도 일부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4.6% 낮췄다.
이처럼 식품 원재료 업계 전반에서 가격 조정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정부의 강경한 메시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밀가루와 설탕 사례를 언급하며 “담합은 공정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하며 국민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인 존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반시장적 행위에 대한 ‘시장 영구 퇴출’ 방안까지 거론하며 엄정 대응 의지를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전분당 시장이 과점 구조인 만큼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변동과 환율, 수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자율적 가격 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분당은 음료, 제과·제빵, 가공식품 등 다양한 식품의 핵심 원재료로 쓰이는 만큼 가격 변동은 소비자 물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인하 조치가 실제 소비자 체감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지, 혹은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는 향후 시장 흐름과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