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성향 서류’가 바뀌는 순간, 피해는 고객 몫… 불완전판매 막는 5가지 체크포인트

2026-02-2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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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DLF·사모펀드 사태마다 반복된 ‘적합성’ 논란… 서명 한 장이 분쟁의 핵심으로
과태료로 끝나는 제재, 보상은 소송전… 투자자 스스로 ‘증거’ 남겨야

‘투자성향 서류’가 바뀌는 순간, 피해는 고객 몫… 불완전판매 막는 5가지 체크포인트 / Ai  생성 이미지
‘투자성향 서류’가 바뀌는 순간, 피해는 고객 몫… 불완전판매 막는 5가지 체크포인트 / Ai 생성 이미지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고위험 금융상품 피해가 반복될 때마다 공통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상품 구조보다 먼저 ‘투자자 성향을 적어둔 서류’가 분쟁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ELS,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 사모펀드 논란까지 굵직한 사건들에서 고객의 투자경험·위험선호를 적는 문서가 실제와 다르게 작성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출처:제보팀장)

서류 한 장이 ‘판매 적법성’을 가르는 증거가 되면서, 피해자가 뒤늦게 “나는 그렇게 체크한 적 없다”고 주장해도 입증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적합성 원칙’이 현장에서 쉽게 무력화된다는 데 있다. 적합성은 고객의 재산상황·투자경험·위험 감수 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하라는 원칙인데, 판매 실적 압박이 강해질수록 고객 성향을 ‘적극투자형’ 등으로 높여 적는 유인이 생긴다.

특히 고령층이나 금융 이해도가 낮은 고객에게 ‘백지 서명’이나 ‘대리 기입’이 관행처럼 이뤄졌다는 주장도 반복돼 왔다. 내부 점검 역시 서류의 진위를 따지기보다 ‘서류가 갖춰졌는지’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굳어지면, 조작 의혹이 있어도 절차상 통과되는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다.

분쟁이 법정으로 가면 피해자는 더 불리해진다. 서명이 찍힌 문서가 존재하는 순간, “누가 썼는지”보다 “서류가 완결됐는지”가 우선되는 듯한 판단이 이어질 때가 있고, 피해자가 필적 감정 등 비용을 감당하며 싸워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감독당국 제재가 과태료 등 행정처분에 그칠 때, 개별 피해 보상은 별도 소송전으로 넘어가 장기화되는 현실도 투자자 불신을 키운다.

결국 “과태료는 내도 보상은 안 한다”는 냉소가 퍼지고, 고위험 상품 시장의 신뢰는 더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투자자가 스스로를 지키려면 ‘판매 순간’에 방어막을 쳐야 한다. 첫째, 투자자정보확인서·적합성 보고서·설명서에 빈칸 서명은 하지 말고, 체크 항목을 직접 고른 뒤 서명해야 한다. 둘째, 상담 과정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 손실 구간, 중도환매 조건, 수수료”를 내 말로 다시 설명해 보라고 요구하고, 핵심 설명을 메모로 남겨야 한다. 셋째, 가능하면 녹취·상담 기록이 남는 채널을 선택하고, 온라인 가입이라도 설명 확인 절차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화면 캡처 등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넷째, 상품명만 보지 말고 기초자산·손실 조건·만기 구조를 확인하고, 이해가 안 되면 가입을 미루는 게 정상이다. 다섯째, 고령층·가족 명의 투자일수록 ‘대리 서명’이 분쟁 씨앗이 되기 쉬운 만큼, 동석자 확인·서류 사본 즉시 수령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고위험 상품 판매는 ‘이익이 클수록 위험도 크다’는 상식 위에서만 성립한다. 적합성 원칙이 종이 위 문장으로만 남아 있으면, 피해는 반복된다. 투자자 보호를 실질화하려면 판매 과정 기록 의무를 강화하고, 서류 조작 의혹이 제기될 경우 금융사가 설명·작성의 적정성을 더 적극적으로 입증하도록 제도 개선 논의도 필요하다. 그때까지 투자자는 “서류는 내가 쓰고, 설명은 내가 이해한 뒤, 증거는 내가 남긴다”는 원칙으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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