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없이 독감 예방?…유럽이 'SK바이오사이언스'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
2026-02-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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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형 독감 백신, 고령층 시장 선점의 돌파구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일 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 1년 만에 유럽연합 산하 보건당국이 주도하는 차세대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글로벌 시너지를 증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 IDT 바이오로지카와 함께 유럽 집행위원회 산하 보건·디지털 집행 기구(HaDEA)가 추진하는 차세대 백신 개발 이니셔티브 1단계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 보건 비상 대응청(HERA)의 위임에 따라 진행되며 호주의 백신 플랫폼 기업 백사스(Vaxxas)가 포함된 3자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된다. 주요 개발 목표는 고령자용 계절성 독감 백신과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독감 백신을 패치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다.
HaDEA는 임상 1상을 포함한 초기 연구비로 총 1290만 유로(한화 약 222억 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연구 성과에 따라 향후 임상 3상 및 상업화 단계로 진입할 경우 전체 펀딩 규모는 최대 2억 2500만 유로(한화 약 3836억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유럽 내 백신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EU의 재정 지원 프레임워크가 실질적인 자금 투입으로 이어진 결과다.
컨소시엄 내부의 역할 분담은 각사의 특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정립됐다. IDT 바이오로지카는 유럽 현지 법인으로서 프로젝트 관리 전반을 총괄하고 상업화 시 백신 원액 생산을 담당하는 거점 역할을 맡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와 현재 개발 중인 조류 독감 백신 원액을 공급하며 백사스와 함께 임상 개발을 수행한다. 백사스는 고밀도 마이크로어레이 패치(HD-MAP, 수천 개의 미세 바늘이 달린 패치로 피부에 부착해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 기술을 제공해 임상용 패치 생산을 책임진다.
개발 중인 패치형 백신은 기존 주사 제형보다 적은 항원량으로도 높은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고면역원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피부에 짧은 시간 부착하는 방식이라 투여가 간편하고 상온 보관이 가능한 열안정성을 갖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특히 면역 반응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령층에게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고령층 대상 계절성 독감 백신 시장은 연간 약 4억 5900만 달러(약 6200억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프리미엄 백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고령자 전용 시장을 선점하고 축적된 팬데믹 대응 역량을 유럽 공공 의료 체계 안으로 편입시킨다는 구상을 세웠다.

유럽 북반구 시장을 포함한 선진국 진출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향후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로의 수출 경로를 확장할 계획이다. 안재용 사장은 IDT 인수 후 양사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사업적 성과로 연결된 첫 사례임을 강조하며 자체 개발 백신의 유럽 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GBP410)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등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프로젝트)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감염병 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는 범용 사베코바이러스 백신과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 기반의 신규 백신 개발도 병행 중이다. 이번 유럽 프로젝트 수주는 이러한 R&D(연구개발) 전략이 글로벌 공신력을 얻었음을 시사하는 지표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