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망] 이란인들, 테레란에서 춤추며 환호
2026-03-0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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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붕괴나 자유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을 이끌 차기 지도자가 누가 될지, 체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란 내부의 반응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테헤란 거리에선 환호와 애도가 동시에 감지됐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영상 통화를 한 테헤란 시민 3명은 동네 곳곳에서 남녀가 함께 춤을 추고 자동차 경적이 울려 퍼졌으며, 불꽃놀이와 페르시아 댄스 음악이 밤하늘을 채웠다고 전했다. 창문과 발코니에서는 “자유,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란 서부 쿠르드 도시 압다난에서는 젊은 남녀가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고 승리의 손짓을 하며 거리를 돌았고, 남부 시라즈에서는 즉석 댄스 파티가 열렸다. 이스파한에서는 수백 명이 흰 천을 흔들며 환호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반면 하메네이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도를 표했지만 거리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메네이의 죽음이 일부 이란인에게 단순한 정치 뉴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는 개인적 상처가 얽혀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테헤란 시민 사라(53)는 한 달 전 남편과 딸과 함께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보안대의 곤봉에 맞고 최루가스를 맞았다. 그는 사망 소식을 듣자 비명을 지르며 뛰어올랐고, 이웃들과 거리로 나가 웃고 춤을 췄다고 말했다. 2020년 이란혁명수비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해 20대 초반의 아들과 딸을 잃은 전직 보건부 고위 관리 모흐센 아사디 라리 박사는 두 자녀의 사진과 함께 “겨울을 견디겠다, 봄은 가깝다”는 글을 올렸다. 뉴욕타임스가 확인한 영상에는 파르스주 갈레다르의 한 로터리에서 시민들이 하메네이로 보이는 실루엣 조형물을 끌어내리는 모습도 담겼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이 곧 체제 붕괴나 자유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습 이후 이란의 유·무선 통신망은 광범위하게 차단됐고, 9000만 명이 넘는 인구의 민심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2차 공습이 시작됐다. 뉴욕타임스는 음성 기반 소셜 플랫폼 클럽하우스를 통해 테헤란 시민들이 새벽부터 폭발음을 실시간으로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계 미국인 사회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약 50만 명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는 이란 밖 최대 이란인 공동체로 꼽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웨스트 로스앤젤레스 연방 건물 앞에는 수백 명이 모여 이란 음악을 틀고 환호했다. 한 살 때 박해를 피해 이란을 떠난 유대인 가정 출신의 변호사 샘 예브리는 “47년간의 악몽이 끝나는 시작”이라고 말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 시의원 에이드린 나자리안은 “제재만으로도 정권은 압박을 받아왔다”며 군사행동이 오히려 반미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내 반전 여론도 적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등 70개 이상 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열렸다고 전했다. 반전·친팔레스타인 연합 단체 앤서는 이번 공격을 전쟁 행위로 규정하며 규탄했고, 뉴욕 타임스스퀘어 집회에서 전미이란계미국인위원회 관계자는 출구 전략과 인권 개선 계획 없는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런던 의회 광장에서도 수백 명이 모였고, 파키스탄에서는 시아파 무슬림 수백 명이 이란 지지 행진을 벌였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의회 승인 없이 군사행동에 나섰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양당 지도부에 사전 통보했다고 밝혔지만, 의회의 전쟁 권한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동시에 미국의 대외 방송을 담당하는 미국의소리와 자유유럽방송 산하 페르시아어 방송이 예산 삭감과 운영 축소로 약화된 상태라는 점도 지적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단이 약화된 상황에서 군사적 개입이 이뤄졌다는 점을 역설로 짚었다.
가자지구도 파장을 피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통행로를 봉쇄하자 주민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고, 설탕과 식용유 가격이 급등했다. 연료 가격도 크게 뛰어 주유소 앞에 긴 줄이 형성됐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내무부는 가격 폭리를 이유로 일부 상점을 폐쇄하고 수십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메네이의 죽음이 이란 체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가 중동에서 미국이 개입해 온 ‘끝없는 전쟁’의 또 다른 장이 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직 랜드연구소 연구원 알리레자 나데르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쉽게 끝날 정권 교체 전쟁은 아닐 것”이라며 이란 정권의 복원력과 양측 모두에 큰 고통을 안길 수 있는 이란의 대응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