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말고 '차'로 떠나는 섬…다리 하나면 충분한 11.6km '바닷길 트레킹'
2026-03-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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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떠나는 섬 여행, 군산 무녀도
복잡한 도심의 소음을 뒤로하고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달리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가 객을 맞이한다. 고군산군도의 여러 섬 중에서도 유독 고요한 공기를 품은 곳이 있다.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갯벌의 짠 내음과 파도 소리가 먼저 들려오는 섬, 무녀도다. 군산시에서 서남쪽으로 50.8km 떨어진 해상에 자리한 이 섬은 선유도, 신시도, 장자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여행자들에게 고즈넉한 휴식을 선사한다.

무녀도는 면적 1.75㎢, 해안선 길이 11.6km로 규모가 크지 않다. 섬 이름의 유래로는, 주변 지형이 무당이 상을 차려놓고 춤추는 모습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과거에는 배편에 의존해야 했지만, 현재는 고군산연결도로를 통해 차량으로도 접근할 수 있어 여행 방식이 한결 간편해졌다. 덕분에 당일치기 또는 선유도 일대 숙박과 연계한 짧은 일정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

무녀도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를 마주 보고 정차한 노란색 스쿨버스는 섬의 상징과도 같다. 실제 버스를 개조해 만든 카페는 여행자들이 수제 버거와 음료를 즐기며 느긋한 휴식을 취하는 쉼터가 됐다. 여기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쥐똥섬이 보인다. 이 작은 부속 섬은 하루 두 번, 물길이 열릴 때만 들어갈 수 있어 정해진 시간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바닷길이 열리면 단단한 갯벌이 나타나고,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의 변화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걷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구불8길(고군산길)의 시작점인 무녀도는 해안 데크를 따라 걷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무녀 1구와 2구 마을을 잇는 길을 걷다 보면 잔잔한 바다 위로 비치는 햇살이 눈부시다. 무녀도교 위에서 바라보는 고군산군도의 전경은 탁 트인 개방감을 준다. 최근에는 전동 바이크를 대여해 섬 구석구석을 누비는 여행자들도 눈에 띈다.

섬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인근 해역에서 채취한 싱싱한 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해물라면이 좋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은 바닷바람의 한기를 녹여준다. 지역 특산물인 재래식 김은 고소한 맛이 깊어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기념품이다.
무녀도는 별도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는 구역이 대부분이며, 마을 주변 공용 주차장을 이용해 시작하기 좋다. 다만 쥐똥섬 방문을 계획했다면 국립해양조사원 등의 조석 예보를 확인해 안전한 시간대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마을은 주민의 생활 공간인 만큼, 골목길에서는 소음을 줄이고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무녀도는 화려한 시설보다 바다와 갯벌, 섬마을의 일상에 가까운 풍경이 매력인 곳이다.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천천히 걷고 바라보는 일정으로 접근할 때, 이 섬이 가진 차분한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