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다고 다 못 갑니다…신분증 없으면 '입구 컷', 1.4km 강 너머 '비밀 풍경'
2026-03-0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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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조강 물길 따라 마주하는 북녘의 사계절
신분증 지참 필수 및 퇴장 시간 준수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에 위치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조강 유역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남북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수역인 프리존(Free-zone)에 인접해 평화와 화합의 상징성을 지닌다.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154고지라는 역사적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지금은 단절된 시간을 잇는 고요한 산책로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1978년에 설치돼 노후화된 기존 전망대를 철거하고,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를 거쳐 평화생태전시관과 조강전망대, 생태탐방로를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평화생태전시관은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건축미가 돋보인다. 전시관 내부에서는 조강의 생태계와 김포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미래의 평화가 지닌 가치를 조용히 되새기게 한다. 전시관을 나와 조강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경사의 생태탐방로로 이어진다. 길을 걷다 보면 발 아래로 펼쳐지는 울창한 숲과 멀리 보이는 북녘땅의 평화로운 풍경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전망대에서는 불과 1.4km 떨어진 북한 개풍군 일대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들어온다.

‘애기봉’이라는 지명에는 애틋한 설화가 깃들어 있다. 본래 쑥갓처럼 생긴 산세 덕분에 ‘쑥갓머리산’이라 불리던 이곳은 병자호란 당시 평안감사와 그가 사랑하던 기생 ‘애기’의 슬픈 이야기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감사가 청나라군에 끌려간 뒤, 애기는 이곳 봉우리에 올라 날마다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결국 숨을 거두었다. 1966년 이곳을 찾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던 애기의 한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의 한과 같다고 하며 ‘애기봉’ 친필 휘호를 남겼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 내에 위치해 방문 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군사 접경지역 특성상 회차별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다. 입장 시에는 본인 확인을 위해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검문소를 통과하는 절차가 있으므로 예약 시간보다 여유 있게 도착하는 것이 좋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입장료는 개인 기준 일반 성인 3000원, 청소년 및 군경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만 6세 미만 영유아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퇴장 시간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는 접경지역의 특성이 긴장감을 주기도 하지만, 조강 위로 내려앉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평화’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