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역주행하네...7년 만에 OTT서 난리 난 역대급 캐스팅 ‘한국 드라마’
2026-03-11 06:00
add remove print link
극장 흥행이 부른 7년 전 드라마의 재발견
박지훈 필모그래피, OTT 차트까지 점령하다
배우 박지훈의 신드롬이 극장을 넘어 OTT까지 번지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을 계기로 그의 전작들이 주요 OTT 플랫폼에서 다시 주목받으며 이른바 ‘필모그래피 역주행’ 현상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공개된 지 수년이 지난 작품들이 신작 중심 소비가 강한 OTT 차트에 다시 이름을 올리는 흐름은 결코 흔치 않다. 특히 그중에서도 7년 전 방영작인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은, 최근 박지훈을 향한 대중적 관심이 단발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전작 재소환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지훈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1000만 배우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자신이 출연했던 드라마와 웹드라마까지 줄줄이 OTT 차트에 재등장시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시작은 넷플릭스였다. 2022년 공개된 ‘약한영웅 Class 1’은 지난 2월 22일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차트에 진입한 뒤, 26일에는 3위까지 상승했고 10일 기준 9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개된 지 시간이 꽤 지난 작품이 넷플릭스 내 신작들 사이에서 다시 순위권에 안착한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박지훈을 향한 관심이 특정 작품 하나에 머물지 않고, 그의 연기 궤적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같은 흐름은 넷플릭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OTT 플랫폼에서도 박지훈 출연작들의 재소환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웨이브에서는 이날 기준 ‘환상연가’가 10위,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 11위, ‘약한영웅’이 12위,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이 17위에 오르며 박지훈의 전작들이 차트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티빙에서도 웹드라마 ‘연애혁명’이 한때 12위까지 상승했다. 여러 플랫폼에서 비슷한 시기에 전작이 다시 소비되는 패턴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최근 극장에서 박지훈의 얼굴과 연기를 새롭게 각인한 관객들이 OTT를 통해 그의 지난 필모그래피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연 JTBC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다. 2019년 방영된 이 작품은 여인보다 더 고운 꽃사내 매파 3인방과 사내 같은 억척 처자 개똥이, 그리고 첫사랑을 지키려는 왕이 얽히는 조선 대사기 혼담 프로젝트를 그린 작품이다. 얼핏 로맨틱 사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춘들의 절절한 사연과 유쾌한 에피소드가 촘촘하게 얽힌 ‘에피소드 맛집’으로 통했다. 당시에도 캐릭터 플레이와 관계성, 배우들의 조합이 강점으로 꼽혔던 작품인데,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보니 그 캐스팅의 무게감이 더욱 도드라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은 지금 돌아봐도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박지훈을 비롯해 김민재, 공승연, 서지훈, 변우석, 고원희까지 이름만으로도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배우들이 한 작품 안에 모여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더욱 “이 조합이 한 작품에 다 있었나” 싶은 수준의 구성이다.
조선 최고의 사내 매파 마훈 역의 김민재, 억척스럽지만 따뜻한 개똥 역의 공승연, 첫사랑을 지키려는 순정파 국왕 이수 역의 서지훈, 이미지 컨설턴트 고영수 역의 박지훈, 한양 최고의 정보꾼 도준 역의 변우석, 그리고 욕망과 야심을 품은 강지화 역의 고원희까지, 각기 다른 결의 캐릭터들이 한데 맞물리며 작품 특유의 리듬을 만들었다. 이처럼 지금 다시 꺼내 봐도 전혀 낡지 않는 캐릭터 조합과 배우들의 케미가 OTT 역주행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꽃파당’은 박지훈의 배우 커리어에서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본격적으로 성인 연기 활동의 문을 열었다. 제작발표회 당시만 해도 성인 연기에 도전하는 데 대한 긴장감을 직접 언급했지만, 막상 작품 속 박지훈은 그런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가 연기한 고영수는 꽃미소로 분위기를 밝히는 막내이면서도, 동시에 망나니라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밝음과 상처, 장난기와 불안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캐릭터였는데, 박지훈은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고영수는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조연이 아니라, 극의 감정 결을 넓히는 역할을 맡았다. 망나니라는 단어만 들어도 흔들리는 트라우마, 지옥 같은 과거와 꽃파당 식구들에 대한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 그리고 웃음기 뒤에 숨은 아픔까지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박지훈은 이 작품을 통해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선입견을 벗고, 감정선이 살아 있는 배우로서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얻었다. 지금 ‘왕과 사는 남자’에서 보여준 절제된 감정 연기 역시 이런 과정 위에서 완성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왕과 사는 남자’ 흥행의 중심에도 박지훈이 있었다. 지난 2월 4일 개봉한 이 작품은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개봉 5일째 100만, 12일째 200만, 14일째 300만을 돌파한 뒤 31일째 1000만, 33일째 110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 9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1170만여 명을 기록하며 12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장항준 감독이 캐스팅 단계에서 박지훈을 보자마자 “단종이다”라고 했다는 비화가 전해질 정도로, 그는 작품 속 이홍위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다. 서정적인 눈빛으로 절제된 감정을 설득력 있게 끌고 갔고, 비극적 정조와 왕의 기품을 동시에 구현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결국 지금 OTT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지훈 필모그래피 역주행은 우연이 아니라, 극장에서 증명된 배우의 힘이 다시 전작 소비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은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내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캐스팅과 캐릭터, 그리고 박지훈의 성장 서사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한때의 화제작이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 더 선명해진 작품. 그래서 지금 OTT에서 다시 뜨는 이 드라마의 역주행은 더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