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만나면 내게 '수고했다' 한마디만 해줘”

2026-03-1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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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60일 딸 두고 떠난 41세 가장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 생명 살려

이하 기증자 박성배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하 기증자 박성배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생후 두 달 된 딸을 둔 40대 아버지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다섯 명에게 새 삶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박성배(41) 씨는 지난 1월 30일 부산 동아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상태로 심장과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

박 씨는 같은 달 19일 잠을 자던 중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더 이상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마지막 순간 다른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길을 택하기로 뜻을 모았다. 태어난 지 60여 일밖에 되지 않은 딸이 훗날 아버지를 떠올릴 때 생명을 나눈 사람으로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부산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박 씨는 평소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따뜻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한 박씨는 조선소에서 일하며 주말이면 축구 동호회 및 다양한 운동을 즐겨 했다고 한다. 퇴근 후에는 어린 딸을 직접 돌보고, 잠들 때까지 품에 안아주던 다정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아내 임현정 씨는 남편에게 “우리는 걱정하지 마. 내가 딸을 당신 몫까지 사랑 듬뿍 주며 잘 키울게”라며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 나에게 수고했다고 한마디만 해줘. 많이 보고 싶어. 그리고 많이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세상 가장 소중한 가족을 두고 떠나신 기증자와 그 가족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며 “생명나눔이라는 아름다운 씨앗을 전한 그 뜻이 많은 분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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