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찾아가고 스마트워치까지 눌렀는데... 네티즌들 경악하게 만든 살인사건
2026-03-15 06:16
add remove print link
접근금지·전자발찌도 못 막았다… 신고 이력에도 비극

스마트워치로 구조를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전자발찌를 찬 가해자는 접근 금지 명령을 어기고 흉기를 휘둘렀고, 피해자는 끝내 숨졌다.
14일 오전 8시 58분쯤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길거리에서 20대 여성 B씨가 40대 남성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B씨는 범행 직전인 오전 8시 56분,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112에 구조를 요청했다.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의 B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사망했다.
A씨는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도 차량을 이용해 B씨에게 접근해 복부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른 뒤 달아났다.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A씨는 범행 직후 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으나 범행 1시간여 만인 오전 10시 8분께 경기 양평군 양서면 한 도로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차량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와 빈 소주병, 약통이 발견됐으며, A씨는 검거 당시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도주 중 차량 안에서 약물을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현재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과거 사실혼 관계였다. A씨는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적용 대상자로, B씨에게 전화·문자·SNS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과 주거·직장 등 100m 이내 접근이 금지된 상태였다.
B씨의 신고 이력은 길었다. 지난해 5월 B씨의 가정폭력 신고로 A씨가 특수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법원은 임시조치를 결정했다. 이후에도 A씨의 접근이 이어지자 B씨는 올해 1월 22일 경찰서를 찾아 상담했고,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맞춤형 순찰 등 보호 조치를 실시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자신의 차량에서 A씨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의심 장치를 발견해 신고했고, 이후 스토킹 및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법원은 A씨에 대해 잠정조치 1~3호를 결정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지난 2월 27일 구리경찰서를 책임관서로 지정하고 구속영장 신청과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가 가능한 잠정조치 4호 신청을 검토하도록 지휘했다. 하지만 실제 구속영장 신청과 잠정조치 4호 신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위치추적 의심 장치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영장 신청 등을 검토할 방침이었다"고 밝혔다. 국과수 감정 결과는 통상 1~2개월 후에 나온다. 결국 국과수 감정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에 참극이 벌어졌다.
A씨가 착용했던 전자발찌도 경보 역할을 하지 못했다. A씨의 전자발찌는 B씨와 무관한 과거 강간상해 사건에서 징역 3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받아 부착한 것으로, B씨와 관련된 스토킹 사건과는 별개였다. 법무부는 2024년 1월 스토킹처벌법 개정을 계기로 '스토커 접근정보 피해자 알림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이번 사건의 전자발찌는 B씨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어서 A씨가 B씨에게 접근해도 피해자나 경찰에 경보가 전달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 피해자에 대한 스마트워치 지급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관제센터에서는 가해자의 접근 여부와 피해자 위치를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유형의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의정부에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50대 여성이 스토킹 피해 끝에 살해됐고, 같은 해 4월 대구에서도 스토킹 피해 여성의 신고에도 피의자가 주거지에 침입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과 대전 등지에서도 유사한 스토킹·교제 살인 또는 살인 미수 사건이 잇따랐다. 피해자들은 모두 당국의 보호조치 대상이었으나 살해 의도를 가진 범인들의 접근을 막지 못했다.
경찰은 A씨의 치료가 끝나는 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피해자의 신고 이력과 경찰 대응 과정이 적절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재발 가능성이 있는 관계성 범죄에 대한 전수점검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스토킹 보호 조치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저런 걸 사회에 풀어놓은 법이 문제" 등 솜방망이 처벌과 조기 석방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스마트워치와 전자발찌의 무용론도 쏟아졌다. "스마트워치를 믿었다가 죽어나가는 여성이 한둘이 아니다", "전자발찌와 스마트워치가 연동돼 가해자가 피해자 반경에 접근하면 자동 경보가 울려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데도 그렇게 안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스토킹 피해자들이 가해자 위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는 제도 개선 요구도 나왔다.
경찰 대응을 향한 비판도 거셌다. "피해자가 사전에 경찰을 찾아가고 충분히 예상되는 위험이었음에도 막지 못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는 경찰보다 솜방망이 판결을 내린 법원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