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의 놀이터' 두바이, 2주 만에 유령도시 됐다

2026-03-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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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중동의 오아시스' 이미지 산산조각

두바이가 사실상 유령도시가 됐다. / '알자지라 잉글리시' 유튜브
두바이가 사실상 유령도시가 됐다. / '알자지라 잉글리시' 유튜브
세계 최대 항공 허브이자 억만장자들의 도시로 불리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2주 만에 유령 도시로 변했다. 해변은 텅 비었고, 럭셔리 호텔 객실엔 손님이 없다. 미사일 경보음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가운데 수만 명의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이 짐을 싸 떠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한 지 약 2주 만에 두바이에서 수만 명의 거주자와 관광객이 빠져나갔다. 해변 바, 쇼핑몰, 수영장은 텅 비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중 하나였던 두바이가 순식간에 적막에 휩싸인 것이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의 대규모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두바이를 포함한 UAE 전역을 직접 타격했다. 수백 발의 미사일과 드론이 쏟아졌고, UAE 방공망이 대부분을 요격했지만 잔해만으로도 두바이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불태우기에 충분했다. 팜 주메이라 인공섬의 페어몬트 호텔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중 하나인 부르즈 알 아랍 외벽에 불꽃이 튀었으며,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인근에서는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두바이 마리나 지역 고층 빌딩에도 드론 잔해가 충돌했다. 두바이 주요 해상 터미널인 제벨알리 항구에도 화재가 발생했고, 두바이 국제공항도 피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 공격으로 20개국 이상 국적의 사망자와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UAE가 서방 국가들과 깊은 군사·정보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두바이가 글로벌 금융과 서방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점이 이란의 주요 표적이 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두바이의 상징인 주메이라 해변은 평소 휴양객으로 넘쳐나던 곳이지만 지금은 텅 빈 모래사장만 남았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영국인 상당수가 빠져나갔다. 일부 비치 클럽과 레스토랑은 영업을 강행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온 부유한 관광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호텔 업계의 타격도 심각하다. 두바이 호텔 평균 객실 점유율은 약 20%까지 추락했으며,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평균 객실 요금은 전주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팜 주메이라의 파이브 호텔은 통상 1박에 1000디르함(약 37만원)이 넘는 객실을 349디르함에 내놓는 등 호텔들이 파격 할인에 나서고 있다.

경제 전반의 충격도 크다. 두바이 증권거래소는 15% 폭락했고, 외국인 거주자 실업률도 치솟았다. 2025년 한 해에만 수천 명의 백만장자가 수백억 달러의 자산을 갖고 두바이로 이주했는데, 이들 중 다수가 지금은 짐을 싸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UAE 여행 경보를 3단계로 격상하고 자국민에게 자발적 출국을 권고했다. 수만 편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세계 1위 공항인 두바이 국제공항은 정상 운항 능력을 크게 밑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두바이에서 16년간 거주하며 한 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영국인 존 트루딩거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두바이의 빛이 확실히 바랬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고용한 100여 명의 영국인 교사 대부분이 전쟁의 갑작스러운 도래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입고 두바이를 떠났으며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라이스대학교 베이커연구소의 짐 크레인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이 두바이의 핵심 자산인 안보 분위기를 뒤흔들고 있다"며 "두바이의 경제 모델은 외국인 거주자들이 두뇌와 노동력, 투자 자본을 제공하는 구조인데, 그러려면 안정과 안보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여권 소지자가 모두 떠나면 도시가 작동을 멈춘다. 두바이는 문자 그대로 멈춰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걸프 지역 전문가 친치아 비안코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는 두바이의 악몽이다. 두바이의 존재 이유 자체가 분쟁 지역 속의 안전한 오아시스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십 년에 걸쳐 공들여 쌓아온 '안전한 중동의 오아시스'라는 두바이의 이미지가 단 2주 만에 산산조각 났다.

두바이 / '알자지라 잉글리시'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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