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념보다 뜨거운 ‘밥’ 한 그릇,오월의 소년을 다시 부르다

2026-03-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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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낙화잔향>에 이은 박기복의 세 번째 오월 영화 <밥>

박기복 감독과의 인연이 어느덧 12년이라는 시간을 건너왔다. 돌아보니 내가 40대, 한창 열정적으로 일터를 일구던 시절이었다. 2014년 광주국제영화제 당시, 나는 영화제의 메인 포스터 제작부터 홍보물 디자인, 행사장 곳곳에 시각적인 옷을 입히고 기획하는 업체의 대표로 그를 처음 만났다.

조영인(조인애드컴, 조인출판사 대표)
조영인(조인애드컴, 조인출판사 대표)

당시 영화제 부국장이었던 박 감독은 예산 부족으로 시달리던 행사를 위해 체면 대신 포스터 뭉치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그가 어린 대학생들과 함께 광주 도심 구석구석 풀칠을 하며 발로 뛰던 그 투박한 뒷모습은, 영화제의 포스터를 직접 디자인하던 나에게 그 어떤 화려한 연출보다 더 깊은 신뢰로 다가왔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2017년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이어졌다. 제작과 홍보를 위해 박 감독의 절절한 시나리오를 이원화 소설가가 문장으로 빚어냈고, 내 출판사에서 그 소중한 기록을 책으로 먼저 펴냈다. 옛 전남도청 민원실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출연 배우들과 수많은 시민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영화의 탄생을 염원했던 뜨거웠던 출판기념회의 공기는 지금도 손끝에 생생하다.

그리고 2026년 봄, 이번 신작 <밥>의 포스터 작업을 우리 디자인팀이 맡게 되면서 우리는 다시 조우했다. 12년 전 거리에서 함께 땀 흘리며 포스터를 붙이던 그 투박한 집념은 이제 시골 마을 작은 학교에서 오월의 정신을 영화로 가르치는 숭고한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 감독은 현재 화순 청풍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영화 특별학교’를 꾸려가며,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새로운 희망의 기록을 새기는 중이다. 우리 팀의 포스터 작업 과정을 함께하는 내내, 힘들게 영화를 만들고 책을 내며 부대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내 가슴을 뜨겁게 적셨다.

이제 2026년 봄, 박 감독이 세 번째 오월 이야기 <밥>을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2025~2026년 광주문화재단 광주문화자산콘텐츠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한 이번 신작은 노벨문학상 수상작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오마주하여, 대사 한마디 없이 오직 눈빛과 춤사위로 영령들을 위로한다.

박 감독은 말한다. “밥은 사상과 이념보다 위에 있으며, 굶주린 시대를 함께 나누어 먹었던 공동체 그 자체”라고. 계엄군의 총칼 아래서도 서로를 살리기 위해 주먹밥을 나누던 그 따뜻한 인간애야말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오월 정신의 본질임을 영화는 웅변한다. 특히 전문 배우 대신 전남예고 학생들이 몸짓으로 오월을 배우고 기록한 이 작업은 그 자체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자 교육이다.

이번 시사회는 ‘5·18 헌법 전문 수록’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무료로 마련되었다. 상영 전에는 한강 작가의 친구인 시 낭송가 김향미 씨의 목소리로 소설 속 소년 ‘동호’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다시 불러내는 귀한 시간도 갖는다.

포스터 작업을 하는 내내 힘들게 영화를 만들고 책을 내며 부대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내 가슴을 적셨다. 오월의 진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오는 21일 광주독립영화관에서 박 감독이 정성껏 차려낸 ‘밥’ 한 그릇을 함께 나누어 주길 바란다. 그의 멈추지 않는 집념과 세 번째 도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조영인(조인애드컴, 조인출판사 대표)

[5·18 헌법 전문 수록 촉구 - 무료 특별 시사회]

일시: 2026년 3월 21일(토) 오후 3시

장소: 광주영상복합문화관 6층 (광주독립영화관)

상영작: <밥>(신작), <낙화잔향>(전작)

내용: 시 낭송 및 영화 2편 상영 (총 80분)

예매문의: (전석 무료·선착순 100석)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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