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그곳' 맞습니다…입장료 없는 향교, 고즈넉한 봄나들이 명소
2026-03-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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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아래 고즈넉한 정취
전주향교에서 마주하는 옛 교육의 숨결
전주한옥마을을 지나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기와지붕과 돌담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고려 시대에 창건돼 조선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전통 교육기관의 맥을 이어온 전주향교다. 훌륭한 유학자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자, 지방민의 교육을 담당하던 기관이었던 만큼, 공간 곳곳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엄숙한 분위기가 배어 있다. 사적 제379호인 전주향교는 옛 학문의 자취를 느끼며 봄날의 여유를 천천히 누리기에 잘 어울리는 장소다.

향교의 정문인 만화루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공자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이 방문객을 맞는다. 효종 4년인 1653년에 중수된 대성전은 1907년 다시 한 차례 보수를 거쳐 오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대성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자리한 동무와 서무, 그리고 유생들이 학문을 닦던 명륜당은 조선 시대 향교 건축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 화려한 장식으로 시선을 끌기보다 단정하고 반듯한 선으로 품격을 드러내는 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을 맞게 된다.

봄의 전주향교는 소란함보다 잔잔한 평온이 먼저 다가오는 곳이다. 마당 한편에 피어난 노란 산수유는 긴 겨울을 지나온 자리 위로 따뜻한 생기를 더하고, 대성전 앞뜰을 지키는 400년 넘은 은행나무를 비롯한 고목들은 이곳의 오랜 역사를 묵묵히 전한다. 전주향교는 가을이면 황금빛 은행나무 풍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봄 역시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낮은 돌담과 홍살문이 어우러진 풍경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이곳이 여러 영상 작품의 배경이 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전주향교는 사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공간인 만큼 방문객에게도 서두르지 말고 잠시 머물러 보라고 권하는 듯하다. 명륜당 마루에 걸터앉아 담장 너머로 스며드는 바람을 느끼고 있으면, 옛 선비들이 책을 읽던 시간의 흔적이 지금도 이곳 어딘가에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인위적인 소음 대신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있어 홀로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고, 소중한 사람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걷기에도 더없이 좋다. 오래된 유적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간직한 채, 오늘을 살아가는 방문객에게 잔잔한 쉼을 건네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곳이 바로 전주향교다.

전주향교는 누구나 자유롭게 찾을 수 있도록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관람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게 운영된다. 하절기(3월~10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월~2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며,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다음 날 쉰다. 전주한옥마을 내부에 자리하고 있어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차량 출입이 통제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인근 주차장을 활용하는 편이 한결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