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갈아입고 변장까지…‘부산 기장 살해범’ 범행 직후 모습 보니
2026-03-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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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끄고 현금만…수사 피하려 한 치밀한 도주
부산 항공사 기장 살해 사건 피의자가 범행 직후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이동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사전에 치밀하게 도주를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20일 MBC 단독보도와 경찰에 따르면 항공사 전직 부기장인 50대 피의자 A 씨는 범행 직후 부산 시내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버스 정류장에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A 씨가 범행 약 1시간 뒤 부산진구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수사당국은 이 캐리어 안에 흉기와 갈아입을 옷 등이 미리 준비돼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범행 당시 검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아파트 복도에서 곧바로 흰옷으로 갈아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행 직후 곧장 옷을 바꿔 입고 캐리어를 끌고 이동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A 씨는 도주 과정에서도 추적을 피하려는 행동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를 끄고 현금만 사용했으며 이동 중에도 계속 옷을 갈아입는 방식으로 수사를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범행과 도주 모두 사전에 준비된 계획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 씨는 지난 16일 경기 고양에서 또 다른 항공사 기장 C씨를 상대로 살해를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고 다음 날인 17일 부산에서 전 직장 동료인 기장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추가 범행을 위해 경남 창원으로 이동했지만 대상자가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계획을 접은 뒤 울산으로 향했다.
A 씨는 범행 약 14시간 만인 17일 오후 8시쯤 울산의 한 모텔에서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수개월 전부터 범행 대상자들의 거주지와 출근 시간, 운동 시간 등 동선을 추적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목표 인원도 4명으로 특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압송 과정에서 A 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3년을 준비했다”거나 “4명을 살해하려 했다”며 “공군사관학교의 부당한 기득권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파멸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A 씨 역시 공군사관학교 출신이며 당초 기장 승진 시험 대상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조종사 능력 평가에서 부적격 판정을 반복적으로 받으면서 과거 직장 상사들과 갈등을 겪었던 정황도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20일 오후 부산지법에서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릴 예정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신상정보 공개 여부와 사이코패스 검사 실시 여부도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