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컴백 공연] 26만명 몰린다더니 4만명에 그친 결정적인 이유

2026-03-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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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생중계 변수 고려 못했나
인파예측 실패와 공무원 동원 논란

경복궁 근정문을 출발해 광화문 월대를 밟으며 '왕의 길'을 걸어 나온 방탄소년단(BTS). 3년 5개월 만의 완전체 컴백이라는 역사적 장면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된 이 무대는 글로벌 팬들의 시선을 광화문으로 집중시켰다. 그런데 공연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예사롭지 않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 26만명이 온다고 했는데 실제로 온 사람은 4만명에 불과했기 때문. 빗나간 추정치를 근거로 1만명 넘는 공무원을 휴일에 동원한 까닭에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

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최악의 시나리오 기준점 삼아 산출

행정안전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에 따르면 21일 광화문 일대 BTS 공연 현장에 모인 관람객은 하이브 추산 약 10만4000명이었다. 이동통신 3사(KT·SKT·LG유플러스) 실시간 접속자와 알뜰폰 사용자, 외국인 관람객 추정치를 합산한 수치다.

행안부가 운영하는 인파관리시스템은 이보다 낮게 봤다. 이동통신 3사 데이터만을 근거로 당일 공연 시간대 광화문 일대 인파를 약 6만2000명으로 집계했는데, 여기에는 현장 공무원 1만명이 포함돼 있고 외국인 관람객과 알뜰폰 사용자는 빠진 수치다.

이 결과를 경찰과 서울시의 사전 예측치와 나란히 놓으면 격차가 도드라진다. 공연 시작 직후인 오후 8시 기준 서울시 집계로는 4만~4만2000명, 오후 8시 30분 기준으로도 4만6000~4만8000명에 머물렀다. 경찰은 이날 최대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고, 서울시는 20만~30만명이 광화문~시청역 일대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인파는 경찰 예측치의 15~16% 수준에 그쳤다.

인파 예측이 이토록 빗나간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경찰은 ㎡당 2명을 기준으로, 광화문광장에서 숭례문까지 인파가 가득 찰 경우를 가정해 최대치를 산출했다. 가용 공간이 완전히 포화 상태에 이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다. 이 방식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를 낳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넷플릭스 생중계 변수 반영 못 해

결정적으로 간과된 변수는 넷플릭스 생중계였다. 이번 공연은 약 3억25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한 아티스트의 컴백 무대를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창사 이래 첫 사례였다. 주최 측은 현장 티켓을 구하지 못한 국내외 팬들이 광화문을 직접 찾을 것이라고 봤지만, 집 안 화면으로 편리하게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현장 방문 수요는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현장 입장 가능 인원이 2만2000명에 불과했던 상황에서 생중계라는 대안이 주어지자 교통 통제와 혼잡을 감수하며 광화문으로 향하는 팬의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공무원 1만명 초과수당만 최소 수억

빗나간 예측을 토대로 설계된 안전 대응계획에 따라 당일 현장에는 총 1만5500명의 안전 인력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였다. 경찰 6700명, 서울시 2600명, 소방 800명, 서울교통공사 400명, 행안부 70명이 동원됐고, 나머지 약 4800명은 하이브 측 민간 인력이었다.

세금 낭비 비판도 뒤따랐다. 일반 공무원(9~6급)의 초과근무 수당은 시간당 약 1만1000~1만3000원. 하루 최대 4시간까지 지급된다. 1만명에게 4시간을 적용하면 최소 4억4000만원 규모다. 소방 등 일부 부처는 이날 동원 공무원에게 최대 8시간까지 초과근무를 인정하겠다고 공지해 실제 지출 총액은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현장에 차출된 한 공무원이 초과근무 8시간과 출장비를 합산해 약 15만원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작성자는 "1만5000명에게 15만원씩이면 수당만 22억5000만원"이라고 지적했다.

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사기업 공연에 공무원 동원 반복" 지적

전공노는 이번 동원 방식 전반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전은숙 전공노 서울본부장은 "사기업이 주최하는 공연에 공무원을 대거 동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처럼 과도하게 차출되면 정작 공공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봉사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동원이 반복되고, 그 결과 젊은 공무원들이 근무 여건에 불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전공노 서울지역본부는 공연 하루 전인 20일 입장문을 통해 "대규모 행사 안전관리의 1차 책임은 주최 측에 있으며, 행정기관의 역할은 감독과 최소한의 공공적 지원에 한정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복귀하는 방탄소년단(BTS)의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공연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 뉴스1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복귀하는 방탄소년단(BTS)의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공연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 뉴스1

강원 구급차까지…응급 대응 공백 우려도

안전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소방 부문에서는 서울은 물론 인천, 경기, 강원 지역 구급차까지 이번 공연 현장에 차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수 전공노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장은 "구급차가 빠져나간 지역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 도달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남은 인원이 골든타임 안에 처치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질서가 유지되고 구급차 진입로만 확보됐다면 각 본서에서 대응해도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동원은 과잉 대응이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세계 최고 인기 그룹의 컴백 무대인 데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테러 위협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전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된 전례 없는 대규모 행사가 단 한 건의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은 다행"이라며 "불편을 감수하며 협조해준 시민과 공무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밀집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 강화 흐름은 분명 타당한 방향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안은 예측 방식, 넷플릭스 생중계라는 핵심 변수의 누락,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을 끝까지 집행한 행정의 경직성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대규모 민간 행사에 공공 인력을 어느 선까지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보다 정교한 기준과 유연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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