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저지른 30대 여성, 수술비 900만 원 지불한 건 남자친구

2026-03-2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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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금전 지원으로 가능해진 불법 임신중절

불법 임신중절 사건으로 법정에 선 20대 여성 사건에서, 수술비를 둘러싼 남자친구의 개입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동아일보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사건은 202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 여성 권모 씨는 복부 변화로 병원을 찾았다가 이미 임신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임신중절 수술을 문의했지만, 태아의 주수가 높다는 이유로 잇따라 거절당했다. 의료진은 출산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반복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그러나 상황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권 씨는 교제 중이던 남성 최명석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 지점부터 사건의 흐름이 달라졌다. 최 씨는 특정 병원을 찾아내 권 씨에게 전달했고, 직접 병원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술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사실상 수술을 위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한 셈이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병원 측이 제시한 수술비는 약 1000만 원 수준으로, 권 씨가 준비한 금액을 크게 웃돌았다. 한 차례 협상이 결렬되면서 수술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지만, 이후 다시 병원을 찾으며 상황이 급변했다. 이 과정에서 권 씨는 최 씨에게 재차 연락해 비용 지원을 요청했고, 최 씨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최 씨는 “어떻게든 마련해주겠다”는 취지로 금전 지원을 약속했고, 실제로 수술비 대부분을 충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권 씨는 고액의 비용을 지불한 뒤 임신중절 수술을 받게 됐다. 결과적으로 수술 자체뿐 아니라, 그 실행 가능성을 만든 결정적 요인이 ‘비용 지원’이었다는 점이 부각된다.

이 사건에서 남자친구의 역할은 단순한 주변인이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병원 탐색, 상담 문의, 예약 진행, 비용 마련까지 일련의 과정에 개입하면서 결과적으로 수술이 이뤄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던 권 씨가 해당 남성에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은, 선택의 자율성 문제와도 연결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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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권 씨는 당시 직장을 잃고 생활고를 겪던 상황에서 주거비 일부를 지원받는 등 경제적으로 최 씨에게 기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임신 사실을 알린 뒤 ‘중절’을 전제로 논의가 이어졌고, 병원을 찾고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 역시 함께 진행됐다.

다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최 씨는 별도의 형사 처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수술 이후 두 사람은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수사에서도 핵심 피의자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재판부 역시 태아의 생부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만 보기 어려운 지점을 남겼다. 고액의 수술비를 제3자가 부담하면서 결과적으로 중대한 의료 행위가 실행됐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 관계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 때문이다.

법원은 해당 수술을 중대한 범죄로 판단해 관련자들에게 실형과 집행유예 등을 선고했다. 특히 생명 경시와 사회적 파장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며, 사건 전반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결국 이 사건은 ‘누가 비용을 냈는가’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그 비용이 어떤 선택을 가능하게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결정 뒤에 존재한 경제적 지원과 관계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책임으로 이어지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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