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봉투 '전쟁'...서울에서 팔린 개수 보니 정말 충격적이다

2026-03-27 21:19

add remove print link

중동 긴장이 부른 쓰레기봉투 사재기 파동
공급은 충분한데 왜 품절 우려가 확산되나

서울에서 종량제 봉투 판매량이 평소의 5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시민들 사이에 ‘품절 대란’ 우려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27일 헤럴드경제가 단독보도한 사실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종량제 봉투 하루 평균 판매량은 약 270만 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3년 평균인 하루 55만 장과 비교하면 약 5배 수준에 달하는 수치다. 짧은 기간 동안 이처럼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사실상 ‘사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서울시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실제로 사재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비축 물량이 충분해 당장 수급에 문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급격한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 자체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원자재 수급 불안이 있다. 종량제 봉투는 폴리에틸렌으로 제작되는데, 이 소재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나프타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됐고, 이것이 곧바로 생활필수품인 쓰레기봉투 가격 상승 가능성으로 연결되며 소비자 불안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자’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일시적인 수요 폭증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일부 소매점에서는 특정 규격의 봉투가 일시 품절되는 사례도 발생하며 불안 심리를 더욱 키웠다.

하지만 행정 당국은 공급 부족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평균 약 4개월 분량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약 6,900만 장 수준의 물량이 비축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간 수요 급증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규모다.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종량제 봉투 가격은 관련 조례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단기간 시장 상황에 따라 급격히 변동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치구들도 진화에 나섰다. 동작구는 이미 올해 상반기 물량 확보를 완료하고 약 770만 매의 봉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정용, 음식물용, 재사용 봉투 등 종류별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한 상태이며, 추가 납품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플라스틱과 고무, 비닐 등의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출이 오늘(27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며 불안정해진 나프타 수급이 종량제 봉투 사재기로 이어지는 등 시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주자 산업통상부는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관보에 고시하고 즉시 시행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붙은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  / 뉴스1
플라스틱과 고무, 비닐 등의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출이 오늘(27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며 불안정해진 나프타 수급이 종량제 봉투 사재기로 이어지는 등 시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주자 산업통상부는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관보에 고시하고 즉시 시행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붙은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 / 뉴스1

은평구 역시 공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산업체와 협력해 기존 계약 물량을 앞당겨 공급받고 있으며, 일일 재고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청 측은 현재 일부 품절 현상은 구조적인 부족이 아니라 ‘일시적인 수요 급증’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적으로도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정부에 따르면 전체 기초지자체의 절반 이상이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종량제 봉투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지역 간 물량 이동도 가능해 특정 지역에서 일시적인 부족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이번 사태는 실제 부족보다는 ‘불안 심리’가 만든 현상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생활필수품이라는 특성상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 행동이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시민들에게 필요 이상의 구매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는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비축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의 사재기는 또 다른 품절을 낳는 악순환을 만든다”며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소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위기가 아닌 ‘위기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차분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