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뷰] “알고도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수만 명의 목숨을 사지로 내몬 최고위층의 소름 돋는 '침묵'
2026-03-2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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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선에 눈먼 대통령과 입 닫은 수뇌부... 베트남전 패배 이면의 충격적 진실 파헤친 『직무유기』 출간
-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한 대가”... H.R. 맥마스터가 오늘날 리더들에게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
국가를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적의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 내부 지도자들의 오만과 '침묵'일지도 모른다.

역사상 가장 뼈아픈 패배이자 비극으로 기록된 베트남 전쟁. 과연 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수렁이었을까? 최근 출간된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책과나무)는 이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고 답하며, 당시 미국 최고위층 밀실에서 벌어졌던 충격적인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아무도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저자인 H. R. 맥마스터(H. R. McMaster)는 미 육군 중장으로 예편한 베테랑 지휘관이자, 제26대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하며 세계 전략의 중심에 섰던 독보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전장에서의 패배 이전에, 이미 워싱턴의 정책 지도자들의 오판과 군 수뇌부의 비겁한 침묵 속에서 '전략적 실패'가 시작되고 있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가 당시 미 군부의 태도를 명백한 '직무유기'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정책 방향이 잘못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반기를 들지 못했던 군 최고 지휘부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 권력과 재선에 눈이 먼 정치, 그리고 왜곡된 진실
책 속에 담긴 기밀 해제 문서와 역사적 기록들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서늘한 충격을 안긴다. 당시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보다 자신의 '국내 정치와 재선'을 최우선에 두었다. 선거 운동에 집중하던 존슨은 재선을 염두에 두고 국방부 장관 로버트 맥나마라와 함께 '통킹만(Gulf of Tonkin) 사건'의 성격과 미국의 개입 실태를 국민과 의회에 교묘하게 왜곡해 전달했다. 확실치 않은 북베트남의 공격 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대외정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계산 속에서 전문가인 군의 판단은 철저히 무시되고 왜곡되었다. "미군의 공세 작전은 이미 진행 중이며, 우리는 남베트남만으로는 더 이상 공산군을 막아낼 힘이 없다"는 현장의 절박한 보고조차, 서로의 야망과 부처 간의 알력 다툼 속에서 묵살당했다. 저자는 이를 "침묵했던 다섯 명의 대장"이라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 "말해야 할 때 침묵한 대가... 리더의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한 번역가 김원태(예비역 육군 준장)의 문제의식 역시 뼈를 때린다. 그는 "개인의 안위를 위한 침묵은 결코 조직에 대한 충성이 될 수 없으며, 책임을 미루는 장막일 뿐"이라며 번역의 동기를 밝혔다. 장군이란 계급은 단순히 높은 자리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에 대해 당당히 "안 된다"고 말해야 할 전문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직무유기』는 단순히 베트남 전쟁이라는 과거의 사건을 나열하는 역사서가 아니다. 권력과 조직이 결합하는 순간 어떤 끔찍한 위험이 발생하는지, 전문가의 양심이 정치적 계산에 잠식될 때 국가와 국민이 어떤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낱낱이 보여주는 훌륭한 리더십 교본이다. 수만 명의 젊은이들을 의미 없는 사지로 내몰았던 1960년대 미국의 비극. 과연 오늘날 우리의 정치, 군사, 그리고 수많은 조직의 리더들은 이 '직무유기'의 함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치밀한 자료 조사와 강력한 논증으로 무장한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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