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잡초인 줄 알았는데… 정부가 작정하고 특허까지 낸 '한국 나물’

2026-03-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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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 맛있고 향기로운 나물

봄이 오면 들판 어귀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쑥부쟁이. 처음 보는 사람은 개망초 아닌가 싶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한 잎 뜯어 입에 넣는 순간 향긋하고 쌉싸름한 맛이 혀를 깨운다. 쑥처럼 생겼고 부지깽이(취나물)처럼 나물로 먹는다 해서 붙은 이름이 바로 쑥부쟁이다.

쑥부쟁이 / '텃밭친구' 유튜브
쑥부쟁이 / '텃밭친구' 유튜브

쑥부쟁이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밭둑이나 도랑 주변, 숲 가장자리 등 조금 습한 곳이면 어디서나 뿌리를 내린다. 이른 봄 땅속 뿌리줄기에서 어린싹이 돋아나면 나물로 먹기 가장 좋은 시기다.

줄기는 50~100cm까지 자라며 가을에는 연보라색 꽃을 피워 들국화라 불리기도 한다. 쑥부쟁이를 비롯해 까실쑥부쟁이, 섬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기본 종인 쑥부쟁이는 잎이 부드럽고 털이 별로 없어 생으로 먹기에도 좋다. 반면 까실쑥부쟁이는 이름처럼 까칠까칠하고, 섬쑥부쟁이는 잎이 더 넓다. 개망초와 헷갈리기 쉬운데, 개망초는 줄기에 털이 많고 쑥부쟁이는 털이 거의 없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맛은 향긋하면서도 쌉싸름하다. 쓴맛이 강하지 않아 봄나물 초심자에게도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생으로 먹어도 되고, 살짝 데쳐 무침으로 먹어도 맛있다.

생으로 먹을 때는 무침은 물론 쌈으로 이용해도 된다. 데쳐서 먹을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20~30초 정도 짧게 데쳐야 한다. 너무 오래 데치면 특유의 향과 식감이 살아지므로 데친 즉시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내는 것이 포인트다. 이후 국간장·들기름·다진마늘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면 된다. 말린 건나물은 끓는 물에 잠깐 삶아 불린 뒤 여섯 시간에서 일곱 시간 물에 담갔다가 들기름·다진파·다진마늘·국간장·어간장을 넣고 중불에서 볶아내면 된다. 완성된 볶음 위에 통깨를 솔솔 뿌리면 비주얼도 제법 그럴싸하다. 된장국에 넣어 끓이거나 비빔밥 재료로도 잘 어울린다. 건나물과 분말 형태로 유통되기도 하며, 비빔밥 키트·머핀·쿠키·차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도 활용된다.

쑥부쟁이 / '텃밭친구' 유튜브
쑥부쟁이 / '텃밭친구' 유튜브

영양 면에서도 빠지는 게 없다.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항산화 물질이 넉넉해 노화 억제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혈액 순환을 돕고 콜레스테롤을 낮춰 고혈압·동맥경화·심장질환 등 혈관 질환 예방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가래를 없애고 기침을 멎게 하는 거담 지해 효능도 있다. 특히 비만 개선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해독 작용이 있으며, 비염이나 콧물 등 알레르기성 과민 반응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풍열로 인한 감기, 편도선염, 기관지염에도 쓰인다. 한방에서는 약재명을 '마국'이라 하며 성질은 서늘하고 독성이 없는 것으로 분류한다. 약재로 쓸 때는 전초를 말린 것을 하루 10~20g 달여 차로 마신다.

주목할 것은 쑥부쟁이에 함유된 기능성 성분 '루틴'이다. 루틴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의 일종으로 아토피와 알레르기 비염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쑥부쟁이 추출 분말을 활용한 인체 적용 시험에서 코 가려움, 콧물, 히스타민 수치 등이 모두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면역 과민 반응에 의한 코 상태 개선 기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 기능성 가치에 주목해 장흥군은 약 2㏊ 규모의 기능성 원료 재배단지를, 구례군은 1㏊ 규모의 가공원료 재배지를 조성하는 등 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기존 재래종은 생산성과 루틴 함량이 낮아 산업화와 표준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신품종 '루비채(Rubichae)'를 개발하고 품종보호 출원을 완료한 것 품종보호 출원은 새로 개발한 식물 품종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국가기관에 신청하는 절차다. 쉽게 말해 발명품에 특허를 내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새 품종을 개발한 육종가나 기관이 해당 품종의 명칭과 특성을 국립종자원에 등록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품종보호권이 부여된다. 품종보호권을 받으면 해당 품종의 종자를 생산·판매·수출입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일정 기간 보장받는다.

루비채는 잎이 크고 줄기가 붉은색이며 생육 속도가 빠르고 병해에 강하다. 생산성은 재래종보다 38% 증가했으며, 루틴 함량도 재래종보다 1.5배 높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루비채 보급을 통해 전남 지역 쑥부쟁이 생산 농가의 기능성 원료 표준화를 지원하고 지역특화 작물의 산업화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봄이면 들판에 지천으로 깔려 있지만 그냥 스쳐 지나기 일쑤였던 쑥부쟁이. 이제는 밥상 위의 건강 나물로, 기능성 식품 원료로, 그리고 루비채라는 이름의 신품종으로 당당히 제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쑥부쟁이 / '텃밭친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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