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사면초가’... 탄핵론까지 수면 위로
2026-03-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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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간선거에서 지면 탄핵당할 것"

이란 전쟁 개시 한 달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지율은 2기 취임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고, 공화당 내부에서는 균열이 가시화하고 있으며, 보궐선거에서는 연패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불과 7개월 앞둔 시점에서 공화당의 의회 장악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입소스가 지난 20∼23일 미국 성인 12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6%를 기록했다. 불과 일주일 전 같은 조사에서 40%였던 지지율이 단 한 주 만에 4%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2기 취임 이후 최저치다. 경제 운용 지지율은 29%에 그쳐 전임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최저치보다도 낮았다. 이란 공습에 대해서는 61%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락의 배경에는 이란 전쟁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하며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를 개시했다. 한 달이 지난 현재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약 4달러로, 전쟁 개시 전보다 1달러 이상 급등했다. 저렴한 물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지율을 두고 "신경 쓰지 않는다.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일축했지만 숫자는 냉정하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일부 중진 의원은 국방부 브리핑이 부실하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하원 군사위원회가 브리핑에서 오도됐다"며 "이 전쟁이 길어질수록 공화당 내 지지는 줄어들 것"이라고 직격했다. 전쟁 비용은 이미 최소 120억 달러를 넘어섰고, 국방부가 의회에 요청할 추가 예산은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불가피한데, 전쟁 자체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처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상원에서는 전쟁권한 결의안을 둘러싼 공방도 반복되고 있다.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랜드 폴 의원은 "전쟁은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며 "부채를 더 늘리는 것은 오히려 우리 안보를 약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민심 이반은 이미 선거판에서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개 지지한 공화당 후보가 자신의 사저 마라라고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지역 주 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신인 후보에게 2%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1%포인트 차로 이긴 곳이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텍사스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17%포인트 차로 이겼던 주 상원 지역구를 민주당 후보가 14%포인트 차 역전승으로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치러진 각종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 지역구를 가져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지난 28일 전국 3300곳 이상에서 동시다발로 열린 반트럼프 '노 킹스(No Kings)' 시위에 주최 측 추산 약 800만 명이 참가하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시위 기록을 세운 것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시위대는 이란 전쟁 반대, 이민 단속 중단과 함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였다.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는 물러나라(Donald Trump has got to go)"는 구호가 울려 퍼졌고, 미시간주 하웰에서는 "트럼프를 탄핵하라(Impeach Trump)"는 피켓을 든 시위대가 행진했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는 한 참가자가 "이 행정부는 노골적으로 부패했다"며 헌법상 탄핵 조항을 명시한 피켓을 들었다. 주목할 점은 참가자의 3분의 2가 대도시 이외 지역에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아이다호·와이오밍·몬태나 같은 공화당 강세 주에서도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탄핵 카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지난 1월 하원 공화당 의원 모임에서 "중간선거에서 지면 탄핵당할 것"이라며 결집을 호소했을 정도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탄핵보다 민생 의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파면까지 가려면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현실적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이디 밴스 부통령과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위트코프를 협상 특사로 내세워 이란과의 외교 채널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고 협상 창구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중간선거 압박은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기가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