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제와 차례로 잠자리 가진 여성... 아이 아빠 끝내 미궁
2026-03-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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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아이 아버지는 한 명 아니라 두 명 중 하나”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같은 여자와 나흘 간격으로 잠자리를 했다. 아이가 태어났다. 과연 누구의 아이일까.
영국 항소법원이 최근 내린 판결 하나가 조용히 영국 법조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한 여성이 일란성 쌍둥이 형제와 불과 나흘 간격으로 각각 관계를 맺은 뒤 딸을 낳았는데, 법원도 과학도 끝끝내 누가 아버지인지 특정하지 못했다. 판사가 내린 결론은 냉정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중 하나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사건의 전말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여성이 교회에서 일란성 쌍둥이 형제를 처음 만났다. 당시 여성은 두 사람을 구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수정 예상 시점을 기준으로 나흘 안에 두 형제와 각각 관계를 맺었다. 아이는 2018년에 태어났다.
사건의 전말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여성이 교회에서 일란성 쌍둥이 형제를 처음 만났다. 당시 여성은 두 사람을 구별하지 못했다고 한다. 여성은 수정 예상 시점을 기준으로 나흘 안에 두 형제와 각각 관계를 맺었고, 이듬해 아이가 태어났다. DNA 검사에선 두 형제 모두에게서 양성이 나왔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사실상 동일해 일반적인 친자확인 검사로는 두 사람을 가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완전한 유전체 분석을 하면 미세한 돌연변이 차이로 두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영국의 DNA Legal이라는 업체가 이런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이 약 9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1억 5000만 원이 넘는 데다 결과가 결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킹스 칼리지 런던도 전체 유전체 검사를 의뢰받았지만 결론을 보장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두 형제 모두 아이를 자신의 딸이라고 주장하며 법정 싸움에 뛰어들었다. 판사는 "두 형제 모두 아이를 원하고 있으며 상당한 재정적·개인적 비용을 치르면서 이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사이는 가까웠다"고 밝혔다. 쌍둥이 형제의 우애가 소송과 함께 금이 간 셈.
항소법원은 출생신고서에 이름이 올라 있던 형제에 대해 등록 사실을 유지하되 법적 부모 책임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영국 아동법상 '아버지'의 정의는 생물학적·유전학적으로 확인된 부친을 의미하며, 출생신고서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모 책임이 자동으로 부여되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두 형제 중 어느 누구도 친부임을 입증하지 못한 만큼 어느 쪽에도 법적 부모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판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적었다. "아이가 성인이 될 무렵에는 과학이 아버지를 특정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수 없다. 그때까지 이 진실을 아이에게 어떻게 전할지는 어머니가 판단할 몫이다.“
영국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을 가족법 역사상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2019년 비슷한 사건에서 법원이 두 형제 모두에게 양육비를 부담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영국 법원은 달랐다. 법은 결국 과학이 답하지 못한 질문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