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선고받은 18세 이란 여성, 판사 향해 "나는 개의치 않으니 죽이라"

2026-03-31 11:08

add remove print link

이미 사형 집행됐다는 얘기도

이란이 사형을 확정한  18세 여성 멜리카 아지지. / 아지지 인스타그램
이란이 사형을 확정한 18세 여성 멜리카 아지지. / 아지지 인스타그램

이란 정권이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체포한 18세 여성 멜리카 아지지(Melika azizi)에 대한 사형을 확정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제사회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처형이 집행됐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복수의 인권단체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사법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멜리카 아지지에 대한 사형을 공식 확정했다. 아지지는 2026년 1월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길란주 마살시에서 시위에 참가해 체제 상징물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됐다. 이란 당국은 그에게 이슬람 율법상 최고 중죄에 해당하는 모하레베(신에 대한 선전포고)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이란이 사형을 확정한 18세 여성 멜리카 아지지. / 아지지 인스타그램
이란이 사형을 확정한 18세 여성 멜리카 아지지. / 아지지 인스타그램

아지지는 체포 이후 라슈트 인근 라칸 교도소에 수감됐다. 인권단체들은 그가 체포 과정에서 신체적 폭행을 당했으며, 수감 중 45일간 독방에 감금됐다고 전했다. 가족과의 접견도 차단됐으며, 이란 당국의 보안 병력이 가족들에게도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아지지는 침묵하거나 관용을 구하는 대신 판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법정에서 판사를 향해 “당신들이 그토록 많은 젊은이들을 피 흘리게 내버려 뒀는데 내가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느냐”며 “나는 개의치 않으니 죽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지지의 어머니는 “딸의 유일한 죄는 침묵하지 않은 것”이라며 “젊은이들의 피가 흘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조용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와 일부 인권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아지지의 처형이 이미 집행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란 당국이 처형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은밀히 집행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아지지의 사례는 이란 당국이 시위 참가자들을 잇따라 극형에 처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지난 19일에는 19세의 젊은 레슬링 선수 살레 모하마디가 이란 쿰시에서 공개 교수형에 처해졌다. 모하마디는 2024년 세계 레슬링 대회에서 메달을 딴 유망 선수다. 그는 1월 시위 당시 경찰관을 공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자신의 자백이 고문에 의해 강제로 얻어진 것이라며 법정에서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같은 날 사이드 다부디와 메흐디 가세미도 함께 처형됐다. 이란 새해 전날인 노루즈 전야에 세 명의 시위 참가자를 동시에 처형한 것은 이란 당국이 조직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란 시위대 정치범 석방 캠페인의 대변인인 시바 마흐부비는 수백 명의 구금자가 처형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란 당국이 공식 처형 기록에 포함되지 않도록 비밀리에 처형을 집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적절한 의료 처치나 식량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의 이른바 침묵의 처형도 이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게 구타당해 숨진 마흐사 아미니 사건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이란 전역을 뒤흔든 시위 이후에도 이란 당국의 반정부 인사 탄압은 계속됐고, 2020년에는 챔피언 레슬링 선수 나비드 아프카리가 처형된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란 당국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젊은 인물들을 표적으로 삼아 공포심을 확산하는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