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강 위에 반죽을 빚었나?…섬진강 상류 '3km 기암괴석 군락'의 정체

2026-04-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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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섬진강 상류에 펼쳐진 3km 기암괴석의 향연, 장군목 유원지

섬진강 물줄기가 굽이치며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곳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장군목 유원지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장군목 유원지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전북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에 위치한 장군목 유원지는 인위적인 가공으로는 흉내 내기 어려운 자연 지형이 이어지는 곳이다.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해 남해로 향하는 섬진강 상류 지역인 이곳은 맑은 물과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차분한 풍경을 보여준다. 강물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반죽을 빚어 놓은 듯한 매끄럽고 하얀 바위들이 3km 구간에 걸쳐 이어져 눈길을 끈다.

장군목이라는 이름은 풍수지리설에서 유래했다. 용궐산과 무량산 사이의 험준한 산세가 마치 장군이 앉아 있는 형상의 명당인 ‘장군대좌형’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으며, 강폭이 좁아지는 구간이 장구의 잘록한 허리를 닮았다 하여 ‘장구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좁은 길목을 통과하는 강물은 오랜 시간 바위를 깎고 다듬으며 독특한 지형을 만들었다. 기암괴석은 강물의 거센 흐름에 마모돼 둥글고 매끄러운 곡선을 이루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붉은배새매와 새호리기 등이 서식할 만큼 청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군목 유원지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장군목 유원지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장군목 유원지의 중심부에는 이곳을 상징하는 요강바위가 있다. 높이 2m, 폭 3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바위는 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실제 요강을 연상시킨다. 마을 주민들에게 요강바위는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다. 한국전쟁 당시 전란을 피해 이 바위 구멍에 몸을 숨긴 이들이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아이를 얻지 못한 여인이 바위 안에서 기도를 올리면 귀한 자식을 얻는다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요강바위 바로 옆에 설치된 장군목 현수교에 오르면 섬진강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요강바위는 한때 수난을 겪기도 했다. 1993년 당시 바위의 가치를 노린 도석꾼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이를 훔쳐 간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마을의 정신적 지주를 되찾으려는 주민들의 노력 끝에 도난당한 지 1년 6개월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주민들의 간절함이 담긴 이 이야기는 장군목을 찾는 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장군목 유원지 / ⓒ한국관광콘텐츠랩
장군목 유원지 / ⓒ한국관광콘텐츠랩

장군목 유원지는 경관뿐 아니라 먹거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맑은 섬진강 물속에는 이곳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다슬기가 서식한다. 이곳 다슬기는 다른 지역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진갈색 빛을 띠며 속이 꽉 찬 것이 특징이다. 다슬기를 푹 고아 낸 국물은 새파란 빛을 띠며 깊고 시원한 맛을 내는데, 이는 순창을 방문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별미다. 인근 식당가에서는 섬진강에서 잡은 민물고기에 시래기를 듬뿍 넣어 끓여낸 민물매운탕도 인기가 높다.

유원지 주변에는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산책로와 연계 코스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근 용궐산의 거대한 암벽을 따라 조성된 잔도길인 ‘용궐산 하늘길’이 주목받고 있다. 데크길을 걸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굽이치는 섬진강과 장군목의 바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 용궐산 치유의 숲에 들어서면 향기원, 열매원, 습지원 등 다양한 식물이 식재된 자생식물 공원을 만날 수 있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기 좋은 구간이 이어져 장군목과 함께 둘러보는 코스로도 잘 맞는다.

장군목 유원지 / ⓒ한국관광콘텐츠랩
장군목 유원지 / ⓒ한국관광콘텐츠랩

치유의 숲에서 물줄기를 따라 약 3.5km를 이동하면 구암정에 닿는다. 이곳은 길게 이어진 배롱나무 군락으로도 눈길을 끈다. 이 코스는 ‘전북 천리길’ 중 하나인 장군목길 노선과 겹쳐 있어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좋다. 조금 더 내려가면 풍산면에 위치한 향가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장군목에서 시작된 기묘한 바위의 흐름이 잔잔한 강물로 변해가는 과정은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주며, 일제강점기 당시 중단된 교각의 흔적을 통해 역사적인 자취도 엿볼 수 있다.

장군목 유원지 / ⓒ한국관광콘텐츠랩
장군목 유원지 / ⓒ한국관광콘텐츠랩

장군목 유원지는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봄에는 강변을 따라 핀 야생화가 생기를 더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강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가을이면 오색 단풍이 바위의 하얀 빛깔과 대조를 이루고, 겨울에는 바위 사이로 흐르는 강물이 고요한 분위기를 더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물빛과 산빛도 함께 달라져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풍경을 만나는 느낌을 준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시름도 한결 가벼워진다.

장군목 유원지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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