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혁신당·진보당 등 5당 전격 합의... 6·3 지방선거서 판 뒤집히나
2026-04-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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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 확대, 광역의회 중대선거구 도입 이뤄지면 어떤 변화가...
거대 양당이 지방의회를 사실상 독점해 온 구조가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흔들릴 것인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872석 중 862석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가져갔다. 소수정당 의석은 정의당 2명, 진보당 3명이 전부였다. 기초의원 당선자 전체의 93.6%도 거대 양당이 채웠다. 그것도 모자라 2022년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전체 지방의원 4102명 가운데 488명(12%)에 달했다. 투표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선거구가 500곳을 넘었다는 뜻이다. 
이 구조의 핵심에는 '2인 선거구'가 있다. 기초의원 선거구 전체의 52.6%가 2인 선거구였다. 2명을 뽑는 곳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명씩 공천하면, 소수정당 입장에서는 후보를 낼 이유가 없다. 당선 가능성이 없는 탓이다. 후보 수가 선출 정원을 넘지 않으면 투표조차 치르지 않고 당선이 확정된다. 경기도에서만 무투표 당선이 50명에 달했고, 서울 양천구에서는 기초의원 16명 가운데 14명이 투표 없이 자리를 채웠다. 경인지역 기초의원 무투표 당선 선거구 전부(경기 24, 인천 10개 선거구)가 예외 없이 2인 선거구였다.
이것이 지금 중대선거구 확대 논의가 불붙은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5당은 2일 기초의회 중대선거구를 2022년 지방선거보다 확대하고 광역의회 중대선거구 도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5당 원내대표단은 "민심이 왜곡되지 않고 투표 가치가 온전히 의석에 반영되는 선거 제도를 만드는 것이 헌정 질서 회복의 핵심"이라며 오는 10일 이전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기초의회 의원은 선거구당 2~4명을 선출할 수 있다. 하지만 광역의회가 선거구 획정을 통해 4인 이상 선출 선거구를 2개 이상으로 쪼갤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대부분 2인 선거구로 나뉘어 왔다. 이른바 '선거구 쪼개기'다. 이 조항은 2022년 합의를 통해 삭제됐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광역의회가 선거구를 조정할 권한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선거에서 시범 도입한 3~5인 중대선거구 30곳의 결과를 보면, 소수정당 후보의 당선 비율은 전국 평균 0.9%에서 3.7%로 소폭 올랐다. 숫자로만 보면 개선이지만, 거대 양당이 한 선거구에 여러 명의 후보를 내는 '복수공천' 방식으로 당선 자리를 나눠 가졌다. 시범 선거구 30곳 당선자 109명 중 거대 양당 소속이 105명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해 '제8회 동시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의 효과와 한계' 보고서에서 기초의회 다양성을 강화하려면 3인 이상 선거구 확대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입법조사처 이정진 정치의회팀 입법조사관도 "2인 선거구는 양대 정당의 의석 독점을 높일 뿐 아니라 무투표 당선을 양산한다"며 "3인 이상 선거구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소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기초의원 선거구 23곳 가운데 20곳이 3인 이상 선거구였다.
광역의회 중대선거구 도입은 기초의회보다 훨씬 파급력이 크다. 지금까지 광역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 즉 한 선거구에서 1명만 뽑는 방식이었다. 이 구조에서 영남에선 국민의힘이, 호남에선 민주당이 단체장부터 의원까지 싹쓸이해 왔다. 2022년 선거 결과를 보면 대구 광역의원 32명 가운데 31명이 국민의힘, 광주 광역의원 23명 가운데 22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을 견제하는 기능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도 이를 지적하며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통합특별시 의회가 단체장의 거수기가 아니라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밝힌 바 있다.
광역의회에 3~5인 중대선거구가 도입되면 이 지형이 달라진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으면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식하기 어려워진다. 소수정당도 2위, 3위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출구가 생긴다. 부산의 경우 2022년 지방선거에서 16개 구군 기초의회 전체 의석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나눠 가졌고, 기초의원 지구 당선자 중 19.2%가 경쟁 없이 선출됐다. 외유성 출장 논란이나 의장 자리 다툼 등의 폐해를 없애고 청년·여성·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의회에 닿게 하기 위해선 다양한 세력이 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례대표 비율 확대도 이번 합의의 핵심 축이다. 현재 광역의원 비례대표는 지역구의 10%에 불과하다. 범여권 4당이 요구해 온 목표치는 30%다. 비례대표 확대는 중대선거구제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한다.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기에 소수정당도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의석을 통해 원내 진입 통로를 얻는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비례대표 386명 가운데 소수정당 당선자는 단 1명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9일 정당 득표율 3% 봉쇄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며, 결정문 보충의견에서 "소수정당이 국회에 진입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유권자들이 작은 정당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정치적 효능감이 고양되고 거대 양당의 경쟁을 통해 정치적 긴장감과 역동성이 높아지며, 소수정당으로 인해 정치적 의제의 다양성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낙관만 할 수는 없다. 5당 합의에서 정작 구체적인 숫자는 빠졌다. 기초의회 중대선거구를 어느 수준까지 확대할 것인지, 광역의회 비례대표를 몇 %로 올릴 것인지, 어떤 지역에 어떤 방식으로 광역 중대선거구를 도입할 것인지에 관한 수치가 선언문에 담기지 않았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구체적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조만간 제안은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과도 공통분모가 있는지 논의하고 성의 있게 협상하겠다"고 했다. 합의 이행의 핵심 변수는 민주당 내부 반발이다. 중대선거구 확대로 기존 민주당 지지 지역에서도 소수정당이 의석을 가져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변수도 남아 있다. 이번 5당 합의에 국민의힘은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협상도 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2022년 협상 당시에도 소선거구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가 막판에 시범 적용에 동의한 전례가 있다. 영남의 국민의힘 독식 구도가 광역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의힘 내에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이번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의 마지막 시한은 오는 17일이다.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는 이번 합의에서 빠졌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세부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정개특위 논의에서 추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많이 아쉽고 너무 부족하다"면서도 "오늘의 출발이 실질적인 정치개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