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항 불법 거래’ 혐의 조정식 1타 강사, 첫 재판서 혐의 전면 부인
2026-04-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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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검찰에 "금품수수 예외적 인정 범위에 대한 입장 밝혀달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문항을 현직 교사들로부터 부적절하게 사들였다는 혐의를 받는 유명 영어 강사 조정식(44) 씨가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조 씨 측은 교사들과의 거래가 시장 가격에 따른 정당한 계약이었다고 주장하며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3일 오전 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교사 혐의로 기소된 조 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조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조 씨는 자신의 강의 교재 제작 업체 직원 김 모 씨와 공모해 2021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현직 교사 2명에게 수능 관련 문항을 제공받았다. 조 씨는 그 대가로 67회에 걸쳐 총 8350여만 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조 씨는 김 씨를 통해 현직 교사 A씨에게 EBS 교재가 시중에 발간되기 전, 해당 교재에 수록될 문항 정보를 미리 제공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를 업무상 배임교사로 판단했다. 정보를 넘긴 교사 A씨에게는 업무상 배임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돈을 받은 또 다른 교사에게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이에 대해 조 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문항 거래는 시장 가격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정당한 권원에 의한 거래"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청탁금지법 위반과 관련해 법이 금지하는 금품 수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 씨와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 역시 같은 논리를 펼쳤다. 이들은 자신들이 주고받은 금품이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3호에서 규정한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즉, 교사가 문항을 개발해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비용을 받은 것이므로 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지점을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 측에 "청탁금지법상 예외 조항인 '정당한 권원이 있는 사적 거래'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기소 취지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조항의 적용 범위에 대한 규범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음 준비기일은 오는 5월 22일로 예정됐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착수한 '사교육 카르텔' 수사의 연장선에 있다. 교육부와 감사원, 검찰은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들이 대형 학원이나 일타강사에게 문항을 팔고 거액을 챙기는 행태를 공교육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집중 조사를 벌여왔다.
수능 시장에서 '적중률'은 일타강사의 지위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다. 강사들은 고퀄리티의 예상 문항을 확보하기 위해 수능 출제 원리를 잘 아는 현직 교사들에게 손을 뻗는다. 교사들 역시 자신이 개발한 문항이 유명 강사의 교재에 실리는 대가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조사 결과, 일부 교사들은 수억 원의 자금을 수수하면서도 이를 숨기기 위해 배우자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동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