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 받다가 심정지 온 40대 남성, 100일째 의식불명
2026-04-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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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내시경 중 심정지, 진정제 과다 투여가 원인?
응급장비 부재와 지연된 대응, 의료 과실 논란
서울 관악구의 한 내과에서 건강검진을 받던 40대 남성이 수면내시경 도중 심정지에 빠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해 의료 과실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6일 파이낸셜뉴스 단독보도에 따르면 A(44)씨는 지난해 말 관악구 소재 B내과에서 위·대장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약 100일이 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요양병원으로 옮겨져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보된 진료기록에 따르면 의료진은 오전 10시 13분 미다졸람 3mg과 프로포폴 20mg을 투여하며 검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환자의 진정 상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자 짧은 시간 내 추가 투여가 이뤄졌다. 불과 3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60mg이 추가 주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약물 투여 직후 환자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호흡이 멈췄고, 이어 청색증과 함께 맥박까지 소실된 것으로 기록됐다. 의료진은 즉시 심폐소생술과 수동 인공호흡을 실시하며 119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119 구급활동일지에는 당시 상황이 보다 구체적으로 담겼다. 구급대 도착 당시 A씨는 호흡과 맥박이 모두 없는 상태였으며, 심전도상 무맥성 전기활동(PEA)이 확인됐다. 또한 병원 내 기관내 삽관 시도가 1회 실패한 사실도 기록됐으며, 이후 구급대가 기도 확보 장치를 삽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장비 구비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측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병원 측은 119와의 통화에서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AED를 이용한 처치는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시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A씨의 심정지 상태는 약 30~35분간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송된 C병원 의료진은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해 신경학적 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소견을 내렸다. 현재 A씨는 자발 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환자 측은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짧은 시간 내 진정 약물을 증량 투여한 점과 활력징후 감시 및 응급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또한 사전에 약물 부작용과 응급상황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과거 대법원 2007년 의료 설명의무 판례는 의료행위에 중대한 부작용 위험이 예상될 경우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환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하며, 해당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한 입증 책임 역시 의료진에게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현재 환자 측은 병원 측을 상대로 약 2억4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는 위자료를 중심으로 산정된 금액으로, 향후 치료비와 간병비 등이 추가 반영될 경우 배상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병원 측은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 가족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 측은 취재진의 입장 확인 요청에 “진료 중”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수면내시경 시 사용되는 진정제 투여 기준과 응급 대응 체계, 의료기관의 장비 구비 수준 등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인식되는 수면내시경 과정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의료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