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하트? 수압 분산하는 과학”… 당진 골정지의 벚꽃 핀 ‘지혜’
2026-04-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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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애민 정신 담긴 전통 수리시설… 40년 수령 벚꽃과 야경 어우러진 명소
독특한 하트형 저수지는 ‘토축 제방’ 보호 위한 공학적 설계… 선조들의 슬기로운 기술력 입증

당진 면천면에 위치한 약 4,000평 규모의 골정지가 봄철 벚꽃 명소를 넘어 역사적·경관적 가치를 지닌 전통 수리 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제방을 따라 늘어선 40년 수령의 벚나무들이 꽃대궐을 이루고, 밤이면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경관 뒤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애민 정신과 우리 조상들의 치밀한 수리학적 설계가 숨어 있다.
골정지는 연암 박지원이 면천군수 재임 시절, 가뭄에 대비해 농업용수를 확보하고자 버려진 연못을 준설하고 제방을 쌓아 만든 시설이다. 못 한가운데에는 ‘하늘의 신성한 기운이 땅에 전해져 백성이 편안해지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은 정자, 건곤일초정(建坤一草亭)을 세워 유생들의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했다.
흥미로운 점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골정지의 모양이다. 언뜻 보면 낭만적인 ‘하트 모양’을 띠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심미적 목적이 아닌 제방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과학적 장치다. 산에서 멀리 떨어진 저수지는 돌을 구하기 어려워 흙으로만 쌓는 토축(土築) 제방이 많았다. 직선형 제방은 폭우 시 쏟아지는 수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상들은 제방을 안으로 껴안는 형태로 설계해 물이 닿는 면적을 넓히고 수압을 분산시켰다. 또한 못 가운데 섬(건곤일초정)을 두어 하천의 물이 제방에 직접 부딪히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하게 했으며, 섬에 부딪힌 유수를 다시 분산시키고자 중간 지점에 곡부를 두었다.
이러한 공학적 구조가 결합해 자연스럽게 하트 모양의 저수지가 완성된 것이다.이러한 ‘껴안는 형태’의 제방과 호중도(섬) 구조는 김제 벽골제, 제천 의림지 등 한국의 대표적 전통 제방과 당진 합덕제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우리 조상들의 독창적인 토목 기술이다.
탁기연 당진시 문화예술과장은 “골정지의 화사한 벚꽃과 하트 모양을 감상하며, 튼튼한 제방을 염원했던 선조들의 슬기로운 과학 기술과 역사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