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진짜 폐광이었다고?…에메랄드 호수와 라벤더가 만든 '국내 이색 명소'
2026-04-0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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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산에서 에메랄드빛 낙원으로 재탄생
동해 무릉별유천지
차가운 기계 소리가 멈추고 거친 먼지가 잦아든 자리에 시간이 내려앉았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속살을 내주었던 거대한 대지는 이제 자연의 생명력을 덧입고 새로운 숨을 쉬기 시작했다. 강원도 동해시 깊숙한 곳에 자리한 무릉별유천지는 한때 회색빛 석회석을 생산하던 채광지였지만, 이제는 이국적인 풍광을 품은 명소로 변했다.

이곳의 이름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무릉계곡의 암각문에 새겨진 글귀에서 유래한 ‘무릉별유천지’는 하늘 아래 경치가 최고로 좋은 곳이자, 속세와 떨어져 있는 유토피아를 뜻한다. 1968년부터 50년 동안 석회석을 채광하던 무릉 3지구는 채굴 작업이 종료된 후 황폐한 폐광지로 남겨지는 대신, 창의적인 재생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웅장하게 깎여 나간 석회석 절개면은 세월의 층위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방문객을 압도하고, 그 아래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호수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매년 6월이면 황량했던 채광지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라벤더 축제'가 열린다. 거친 암벽과 보랏빛 꽃물결이 대비를 이루는 이 시기는 무릉별유천지의 이색적인 풍광이 정점에 달하는 때다.

채광의 흔적이 남긴 거대한 웅덩이에는 물이 차올라 청옥호와 금곡호라는 두 개의 아름다운 호수가 형성됐다. 석회석 가루가 물에 녹아들어 만들어낸 특유의 청록색 빛깔은 마치 해외의 유명한 호수를 마주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호수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거친 절벽과 대비되는 잔잔한 물결이 묘한 평온함을 준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는 이곳을 방문한 이들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이국적인 정취에 매료됐다", "석회석 절벽과 호수의 조화가 마치 신들의 정원 같다"라는 호평을 쏟아내며 동해의 새로운 필수 방문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자연이 주는 정적인 아름다움 외에도 이곳은 역동적인 체험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시설을 고루 갖췄다. 하늘을 가르며 활강하는 스카이글라이더를 비롯해 굽이진 레일을 따라 내려가는 알파인코스터, 비포장도로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는 오프로드 루지, 그리고 짜릿한 속도감을 선사하는 롤러코스터형 집라인까지 마련되어 있다. 채광지의 지형적 특성을 그대로 살린 체험 시설들은 기존의 평범한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거대한 절벽 사이를 가로지르며 대자연의 규모를 피부로 실감하게 된다.
무릉별유천지는 계절에 따라 입장료가 다르다. 6월부터 9월까지의 성수기에는 성인 6000원, 경로·장애인·국가유공자 4000원, 어린이·청소년 3000원, 유아 2000원의 요금이 적용된다. 그 외 비수기에는 성인 4000원, 경로·장애인·국가유공자 3000원, 어린이·청소년 2000원, 유아 1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며,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다음 날 휴관한다. 다만 체험시설 이용료는 입장료와 별도로 부과된다. 운영 시간과 시설별 이용 요금 등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릉별유천지를 충분히 둘러보았다면 인근의 명소인 무릉계곡도 함께 방문하기 좋다. 이곳은 예부터 수많은 시인 묵객이 찾아와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 너른 암반이 펼쳐진 무릉반석과 시원하게 떨어지는 쌍폭포가 일품이다. 동해의 푸른 바다를 조금 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면 추암 촛대바위와 해변을 따라 걷는 산책로를 추천한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출렁다리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지역의 맛을 느끼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동해시는 청정 바다의 싱싱한 해산물과 깊은 계곡의 향토 음식이 어우러진 곳이다. 무릉계곡 입구에서 맛보는 산채비빔밥의 건강한 풍미와 강원도 특유의 쫄깃한 감자옹심이는 여행객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대표적인 별미다. 특히 묵호항을 중심으로 동해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곰치로 끓여낸 곰치국은 시원하고 개운한 맛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제철을 맞은 가자미나 오징어를 듬뿍 썰어 넣은 물회는 동해의 싱그러운 바다 향을 입안 가득 전하며 식도락의 즐거움을 완성한다.

무릉별유천지는 과거 산업의 현장이었던 폐광지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변모한 곳이다. 웅장한 바위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갈 여유를 준다. 인위적인 화려함보다 시간의 흐름 속에 만들어진 조화로운 풍경이 이곳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