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 왜 나섰나…미·이란 협상 '중재국' 맡은 배경

2026-04-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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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충돌 위기 속 중재 나선 파키스탄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동의하며 중동 긴장이 일단 한숨을 돌린 가운데 양국 사이에서 협상을 이끈 파키스탄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미국과 이란은 7일(이하 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개방하는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사실상 합의하고 향후 종전안을 놓고 추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막판 압박·중재 겹치며 급반전…시한 직전 성사된 휴전

휴전 합의는 협상 시한을 불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강경한 최후통첩을 내놓고, 실제 군사 행동까지 이어지면서 긴장은 빠르게 고조됐다.

이란은 이에 반발하며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한때 외교 채널이 사실상 중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중동 전역에서 충돌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은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았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 엑스(X)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 엑스(X)

전환점은 협상 시한을 앞둔 시점에서 나타났다.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양측에 접촉을 이어가며 휴전과 협상 재개 방안을 전달했고, 동시에 협상 시한 연장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외교적 해법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5일 ‘이슬라마바드 구상’ 형태의 휴전 틀을 제시했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단계적 협상을 포함한 방안을 양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시한을 약 1시간 30분 앞두고 군사 행동 중단을 수용했고, 이란도 이에 호응하면서 2주간의 휴전이 사실상 성사됐다.

왜 하필 파키스탄이었나

이번 중재에서 파키스탄이 전면에 나선 배경에는 지정학적 위치와 외교적 연결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인 동시에 미국과도 오랜 안보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로 양측 모두와 대화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냉전 시기 미국에 공군기지를 제공하며 소련을 견제하는 핵심 우방으로 활동한 바 있다. 냉전 이후에는 핵개발 문제로 미국의 제재를 받으며 관계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현재도 NATO 글로벌 파트너로서 안보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이란과도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로 외교 채널을 유지하고 있어 양측 모두와 소통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

구글 지도 캡처
구글 지도 캡처

여기에 미국과 이란이 직접 협상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파키스탄의 외교적 위치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됐다. 파키스탄은 오랜 기간 미국과 안보 협력 관계를 이어온 동시에 이란과도 외교 채널을 유지해온 국가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 작전에 협력하며 관계를 복원한 전례도 있어, 이번에도 양측 모두에 완전히 적대적이지 않은 중재 창구로 기능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 협상이 쉽지 않다는 점도 중재국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이란은 오랜 갈등 관계에 있는 만큼 양국이 직접 협상에 나설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제3국을 통한 간접 협상 방식이 활용되며 중재국을 사이에 두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특히 강경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중재국이 완충 역할을 하며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이해관계도 배경으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만큼 봉쇄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중동 인접국인 파키스탄도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쟁 확산을 막고 해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자국 경제 부담을 줄이는 데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최근 미국과의 자원 협력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파키스탄으로서는 이번 충돌을 조기에 관리할 필요성이 컸다는 해석도 나온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이슬람 국가라는 점도 중재에 유리하게 작용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란 입장에서는 서방 국가를 통한 접촉보다 파키스탄을 거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파키스탄과의 관계에 굴곡이 있었지만 외교·안보 채널이 이미 구축돼 있는 만큼 제3국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편이 직접 협상보다 정치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합의로 추가 협상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양국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후속 협상에 들어가 휴전 이후 종전안의 세부 내용을 조율할 예정이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개방 문제를 비롯해 군사 행동 중단 범위와 향후 긴장 완화 조치 등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휴전이 일시적인 충돌 봉합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인 평화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이슬라마바드 협상 결과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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