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욕해봐"…면접 질문에 답변 못하는 '이 지원자' 정체

2026-04-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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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면접서 '김정은 욕하기'로 북한 요원 가려낸다
연간 8억 달러 벌어들이는 조직 범죄

글로벌 IT 업계에서 위조 신분을 앞세운 북한 IT 요원들의 위장 취업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채용 현장에서 이를 가려내기 위한 이색 검증법이 주목받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조사 및 기고를 하는 T 씨는 “김정은 욕해보라”는 면접 질문을 했고 답하지 못하는 지원자 / SNS (X)
암호화폐 관련 조사 및 기고를 하는 T 씨는 “김정은 욕해보라”는 면접 질문을 했고 답하지 못하는 지원자 / SNS (X)

가상자산 분야 관련 조사 및 기고 활동을 하는 T씨는 지난 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화상 면접 영상 두 편을 공개했다.

영상 속 면접관은 지원자에게 "'김정은 바보'라고 말해 줄 수 있나"라고 요청하며, "정치적인 게 아니다. 북한 요원을 걸러내기 위한 아주 간단한 테스트"라고 부연했다.

지원자는 기술적인 질문에는 능숙하게 답하다가 이 요청이 나오자 뚜렷한 당황 기색을 드러냈다. 재차 비판을 요구받은 지원자는 침묵으로 일관하다 아무 말 없이 화상 연결을 끊었다.

T씨는 이를 두고 "김정은을 욕할 수 있는 북한 요원은 아직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영구적으로 통하진 않겠지만 지금 당장은 매우 효과적인 거름망"이라고 밝혔다.

유사한 사례는 앞서 호주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 Australia'에서도 보도됐다. 제작진은 IT 채용 담당자로 위장해 북한 IT 요원으로 파악된 인물과 직접 화상 면접을 진행했다. 지원자는 뉴욕대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 거주 중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미국 시민의 이력서를 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대본을 읽는 듯한 어색한 말투로 답변했고, 뉴욕 지리에 관한 기본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김정은을 아느냐"는 물음에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제작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인 김정은을 모른다고 잡아뗀 것이 사상적 제약에서 비롯된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 JTBC News

업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검증 사례는 이미 공유되고 있다. 암호화폐 스타트업 g8keep의 설립자 해리슨 레지오는 작년 포춘 보도를 통해 면접 전 후보자들에게 "김정은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해보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한 지원자는 해당 요청에 응하는 척 욕설을 내뱉은 뒤 모든 소셜 미디어를 차단하고 자취를 감췄다. 레지오는 자신에게 접수되는 이력서의 95%가 신분을 위조한 북한 IT 요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수법에 맞서 민간 차원의 대응도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Web3 보안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 보안 연맹 씰(SEAL)은 '북한 IT 요원 대응 프레임워크'라는 실무 지침서를 공동 구축 중이다.

깃허브·링크드인 활동 이력 검토, 화상 면접 대응 방식 확인, 지리·언어적 지식 검증 등을 포함한 다층적 대응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보안업체 디텍스(Dtex)는 북한 연계 IT 요원들이 전 세계에서 연간 약 8억 6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했다.

피해 규모도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북한 연계 IT 요원들이 300여 개 미국 기업에 침투해 약 68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했다.

미국 당국은 이 같은 경로로 2018년 이후 매년 수억 달러의 자금이 북한 정권에 유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 공작원들이 AI를 활용해 유럽 대기업에 취업한 뒤 재택근무자로 위장하며 임금을 챙기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이 취득한 급여가 북한 정권으로 유입돼 핵·미사일 개발 자금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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