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이 죽고 나서야 멈춘 풍력…영덕의 늦은 브레이크”
2026-04-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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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풍력발전단지가 잇따른 사고 끝에 결국 철거 수순
멈춤의 계기는 결국 세 노동자의 죽음
사고를 막지 못한 구조적 공백은 여전

[영덕=위키트리]박병준 기자=경북 영덕의 바닷바람은 늘 한결같았지만, 그 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과정은 끝내 사람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
영덕군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에서 잇따른 사고 끝에 결국 발전기 철거가 결정됐다.
꺾이고, 불타고, 그리고 사람이 죽고나서야 멈춘다.
이 순서는 너무 익숙해서 더 씁쓸하다.
지난달 발생한 화재로 세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유지·보수라는 이름 아래 외주화된 위험이 또다시 현실이 됐다.
현장은 반복적으로 경고를 보냈지만, 시스템은 번번이 이를 흘려보냈다.
타워 꺾임 사고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식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발전기 인허가권은 중앙정부에 있고, 지자체가 쥔 카드는 고작 ‘땅을 빌려주느냐 마느냐’ 정도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사고 이후의 수사는 늘 사후약방문에 가깝다.
사고를 막는 권한과 책임은 공중에 떠 있고, 그 공백을 현장의 노동자가 몸으로 메운다.
이번 철거 결정은 끝이 아니라 질문의 시작이어야 한다.
왜 사고는 반복됐고, 위험은 외주화됐는가.
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왜 사람이 죽고 나서야 멈추는가.
풍력은 친환경 에너지라는 이름으로 미래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미래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다면, 그것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안전이 비용이 아니라 전제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바람은 계속 불겠지만 그 바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