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오름의 여왕'…한라산·우도 전부 보이는 '360도 파노라마' 명소
2026-04-09 16:05
add remove print link
제주 동부를 한 폭에 담은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월랑봉)
제주 동부의 완만한 능선을 따라 달빛이 머무는 자리가 있다. 구좌읍 송당리 일대 어디서나 고개를 들면 마주하게 되는 웅장한 실루엣의 주인공은 바로 다랑쉬오름이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 가운데서도 유독 매끈한 균형미와 우아한 자태를 지녀 사람들은 이곳을 ‘오름의 여왕’이라 부른다.

해발 382.4m에 달하는 이 오름은 제주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으며, 사계절 내내 자연의 생명력을 드러낸다. 다랑쉬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고 해 ‘다랑쉬’ 혹은 ‘달랑쉬’라 불렸다는 이야기와, 높다는 뜻의 ‘달’에 봉우리를 뜻하는 ‘수리’가 합쳐졌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 오름이 지닌 높이와 둥근 형태를 설명해 준다. 실제로 보름날 송당리에서 바라보는 다랑쉬오름 위로 떠오르는 달의 모습은 마을의 오랜 자랑거리다.

지형학적으로 보면 다랑쉬오름은 지도상 거의 완벽한 원형에 가까운 밑지름 1013m, 전체 둘레 3391m의 큰 몸집을 가졌다. 대부분의 오름이 한쪽으로 치우친 비대칭 형태인 것과 달리, 이곳은 동심원적 등고선이 가지런한 원추체 형태를 띠고 있어 보기 드문 조형미를 보여준다. 산 정상에 자리한 깔때기 모양의 원형 분화구는 이 오름의 상징과도 같다. 분화구의 바깥 둘레는 약 1500m에 이르며, 그 깊이는 한라산 백록담과 같은 115m에 달한다. 제주 설화에 따르면 설문대 할망이 치마폭으로 흙을 나르다 한 줌씩 놓아 만든 것이 오름인데, 다랑쉬오름은 흙이 너무 많이 놓여 도드라져 보이자 손으로 쳐서 패이게 만든 것이 지금의 분화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다소 가파른 경사로 시작된다. 지그재그 형태로 놓인 나무 계단을 따라 숨이 차오를 때쯤이면 주위로 펼쳐진 삼나무 숲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사면마다 삼나무가 조림돼 있고, 발밑에는 제비꽃, 양지꽃, 솜나물 등 봄기운을 머금은 야생화들이 피어나 저마다의 색을 드러낸다. 20분에서 30분 정도 꾸준히 발을 내딛다 보면 어느덧 시야가 탁 트이는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그간의 수고를 덜어내기에 충분하다.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한라산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제주 동부의 풍경을 한곳에 모아둔 듯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수려한 경관 이면에는 제주 현대사의 아픈 상흔도 깊게 남아 있다. 오름 자락에 있던 다랑쉬마을(월랑동)은 제주 4·3사건 당시 토벌대에 의해 마을 전체가 초토화되는 비극을 겪었다. 인근의 다랑쉬굴에서는 피난 갔던 주민들이 질식사한 채 1992년에 이르러서야 발견되기도 했다. 현재 굴의 입구는 폐쇄돼 있지만, 아름다운 자연 아래 잠든 역사의 무게는 방문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화려한 풍경 뒤에 숨은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걷는 길은 그래서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다랑쉬오름을 충분히 둘러봤다면 인근 명소로 발길을 옮겨보는 것도 좋다. 바로 맞은편에는 아끈다랑쉬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아끈’은 제주어로 ‘작은’ 또는 ‘둘째’를 뜻하는데, 다랑쉬오름의 축소판 같은 모습이 눈길을 끈다. 가을철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뤄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인근의 비자림 역시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비자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느끼며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구좌읍은 당근의 주산지로도 유명하다. 이 지역의 화산회토에서 자란 당근은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다. 오름 탐방 후 근처 카페에서 마시는 신선한 당근주스 한 잔은 구좌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더불어 제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성게미역국이나 은갈치조림은 탐방으로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향토 음식이다.
방문 시 주의할 점도 있다. 다랑쉬오름은 탐방로와 주차 시설이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으나,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 구간이 길어 반드시 편안한 운동화나 등산화를 착용해야 한다. 또한, 기상 상황에 따라 입산 통제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제주관광정보센터(064-740-6000)를 통해 실시간 탐방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