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해외 독자들도 과몰입”…태피툰 스튜디오 PD가 말하는 K-웹툰의 독보적인 파워
2026-04-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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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피툰 스튜디오 웹툰PD 인터뷰②
글로벌 콘텐츠의 핵심 동력이 된 K-웹툰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웹툰 한 편을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는 웹툰 PD들의 리얼한 일상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PD들이 치열하게 발을 딛고 서 있는 무대인 '웹툰 생태계' 그 자체를 제대로 파헤쳐 볼 차례다.

두 편 모두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부터 독창적인 연출로 사랑받은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최근 드라마 제작 소식을 전한 '바른연애길잡이', 그리고 다음달부터 방송하둔 '취사병 전설이 되다'까지 수많은 웹툰 기반 영상화 작품이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판사 이한영' 첫 방송 후 2주간(1월 2일~15일) 원작 웹소설의 다운로드 수는 드라마 티저 공개 전 대비 147배나 폭증했다. 동명의 웹툰 조회수 역시 같은 기간 2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으며, 잘 만든 원작 IP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얼마나 강력한 파급력을 갖는지 다시 입증했다.
K-웹툰의 글로벌 인기도 대단하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143억 회를 기록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세계 최대 규모 애니메이션 시상식인 '2025 크런치롤 어워즈'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올해의 애니메이션' 등 9개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최근엔 실사화 소식도 전해졌다. 대세 배우 변우석이 주인공인 성진우로 출연한다. 원작 특유의 강렬한 액션과 성장 서사에 시청자 관심이 쏠린다.
이처럼 K-웹툰이 드라마와 영화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자 글로벌 콘텐츠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그 최전선에서 이야기를 설계하는 태피툰 스튜디오 웹툰PD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업무에 임하고 있을까. 단순한 '만화'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대한민국 웹툰의 현재와 미래를 지금부터 들여다보자.

배수정 PD : 네. 현업에 있다 보면 K-웹툰의 글로벌 인기를 분명히 체감합니다. 예전에는 일부 화제작을 중심으로 관심을 받았다면 지금은 장르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느낍니다. 특히 로맨스 판타지나 드라마 장르에선 '한국 웹툰이라서 기대하고 본다'는 인식이 확실히 생긴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건 해외 독자들이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와 서사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입니다. 댓글이나 팬 반응을 보면 특정 캐릭터의 감정선이나 관계 구도에 깊이 몰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 흐름이 K-웹툰이 단순한 수출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독자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스토리 포맷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해외 독자들이 한국 웹툰을 단순히 감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굿즈를 구매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등의 반응을 보일 때 글로벌 시장 인기를 실감하곤 합니다.

배수정 PD : 장르마다 독자들이 기대하는 만족 포인트가 다르기에 먼저 그 장르의 ‘약속’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맨스 판타지는 세계관도 중요하지만 결국 독자를 붙잡는 건 캐릭터 간 관계성과 감정의 축적입니다. 특히 여성향 판타지에서는 주인공의 성장, 관계의 긴장감, 그리고 보상감 있는 전개를 세심하게 설계하려고 합니다.
BL 장르에선 감정선의 밀도와 캐릭터 간 케미스트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단순히 사건 중심이 아니라 인물 간 감정 변화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쌓이는지가 몰입도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떤 장르든 중요한 건 '독자가 왜 다음 화를 기다려야 하는지'를 명확히 만드는 일입니다.

배수정 PD: 웹소설 원작을 웹툰화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이 이야기가 이미지와 장면으로 얼마나 강하게 변환될 수 있는가'입니다. 웹소설은 내면 묘사의 힘이 크지만 웹툰은 장면 전환, 컷 연출, 시각적 임팩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매체 전환 과정에서 중심축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특히 세 가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주인공의 감정과 목표가 초반에 명확한지, 회차 단위의 후킹 포인트를 재설계할 수 있는지, 비주얼적으로 상징이 될 만한 장면과 캐릭터가 있는지 봅니다.
영상화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되지만 우선은 웹툰이라는 포맷에서 인상에 남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설정을 얼마나 그대로 재현했느냐보다 원작의 핵심 정서와 캐릭터의 본질을 얼마나 잘 구현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텍스트 중심 서사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해야 하므로 전개 속도나 장면 구성, 대사 처리 방식, 캐릭터 노출 타이밍, 사건의 축약 및 확대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모두 고민합니다. 인물들의 외형 디자인 설정, 공간적 배경, 작중 시대적 복장 디자인 등 비주얼적인 측면도 물론 고려하고 있고요.
영상화 가능성 역시 고려 요소 중 하나지만, 우선은 웹툰으로서의 완성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상화한 작품을 볼 땐 캐릭터와 감정선이 얼마나 원작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봅니다. 특히 영상 작품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어요.

배수정 PD :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은 보편성과 장르의 균형입니다. 각 권역마다 선호하는 연출 템포나 감정 표현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에 어느 한쪽에만 맞추면 다른 권역에서는 진입 장벽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는 먼저 국가를 넘어 통하는 감정을 중심에 둡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 살아남고 싶은 의지,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감정처럼 문화권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중심축으로 잡습니다. 그 위에 장르 문법과 미감을 쌓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핵심 재미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국내 작품을 해외에 선보일 때, 문화적 차이나 현지화 작업에서 고려하는 포인트가 있다면요.
이한솔 PD : 국내 작품을 해외 독자에게 선보일 때는 단순 번역을 넘어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밈이나 개그 코드의 경우, 글로벌 독자에게는 맥락이 전달되지 않거나 작품의 몰입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과도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강압적인 장면들은 여러 문화권에서 불쾌감을 줄 수 있기에 연출 단계에서부터 해당 요소들을 검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종, 종교와 관련된 표현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인데요. 의도와 다르게 차별적인 맥락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표현들은 최대한 사전에 검수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다양한 문화권의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균형입니다. 작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독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방향으로 현지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수정 PD: 개인적으로는 여성향 장르 안에서 더 밀도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제가 관심을 두는 건 신화 기반의 로맨스 판타지, 성장형 여성 주인공 서사, 그리고 감정선이 깊고 관계성이 강한 작품입니다. 장르적 재미가 담겨 있으면서 읽고 나면 캐릭터와 감정이 오래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글로벌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닿을 수 있는 작품을 더 많이 시도하고 싶습니다. 저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통하는 이야기가 꼭 거창한 설정이나 보편적인 소재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가족이 주는 사랑과 피로감, 부모와 자식 사이의 이해와 엇갈림, 가까운 관계에서 생기는 애증 같은 감정처럼 누구나 자신의 삶을 겹쳐볼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감정에서 더 큰 공감이 나온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특정 문화권의 문법에만 기대기보다 한국 웹툰의 결은 유지하면서도 어느 나라 독자든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투영할 수 있는 감수성을 담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웹툰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그 출발점은 언제나 좋은 이야기와 좋은 캐릭터와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작품을 만드는 PD가 되고 싶습니다.

과거에는 개인적으로 PD로서 여러 키워드,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성공적으로 제작해서 좋은 성과를 얻는 것이 주요한 목표였는데요. 이제는 리드PD로서 저 하나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다 같이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상향평준화를 이뤄가는 걸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전에 제작한 작품들보다 좀 더 초반 회차의 스토리 안정성을 높이는 것을 구체적인 과제로 삼고 있어요. 노블코믹스를 넘어 스튜디오만의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이전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확실하게 키를 잡아줄 수 있는 리드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