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성폭행” 신고 20대 알바, 무혐의에 이의신청서 쓰고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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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직후 “죽고 싶어” 친구에 카톡

주점 업주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신고한 20대 아르바이트생이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이의신청서를 낸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20대 알바생 A(여) 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2시쯤 경기 안산시 단원구 한 주점의 40대 사장을 준강간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새벽 영업을 마치고 오전 11시 반쯤까지 이어진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항거 불능 상태로 성폭행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신고 약 1시간 뒤인 오후 3시 반쯤 A 씨를 조사해 10여쪽 진술 조서를 작성했다. 조사 뒤 성폭력 상담기관인 해바라기센터에서 측정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5%로, 운전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후 경찰은 A 씨를 추가로 부르지 않은 채 지난 2월 14일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가게 사장 측이 제출한 보안카메라(CCTV)에 A 씨가 사건 직후 웃으며 대화하고 걷는 모습이 포착된 점, 사장이 '합의에 따른 관계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A 씨가 항거 불능 상태였거나 사장이 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송치 통보서는 지난 2월 18일 A 씨에게 전달됐다. 3일 뒤인 21일, A 씨는 이의신청서와 함께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이 확인한 A 씨의 휴대전화에는 사건 직후 친구에게 사장이 자신을 간음했다는 내용과 "죽고 싶어"라는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사건 11일 전에도 친구에게 '사장한테 성추행당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자료들은 모두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경찰이 단편적인 증거로만 판단했다"고 반발한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지난달 16일 'CCTV 시간 오차 확인 및 참고인 대면 조사 등 추가 증거를 확보하라'는 취지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참고인 2명을 추가 조사한 결과 등을 지난 8일 검찰에 보고했다.
가게 사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특별히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만 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권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이지만, 동시에 그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검경 수사권 조정 체계에서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것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안산지청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은 지난달 16일이었지만,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그보다 한 달 앞선 2월 21일이었다. 이의신청 이후에도 구제 절차가 신속히 작동하지 못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에 그치지 않고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수사권을 다시 검찰에 집중시키는 것은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피해자 보호와 수사 구조 개편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제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